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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우스는 내가 여태껏 먹어본 순두부찌개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라이트하우스는 광고하지 않는다. 근사한 웹 사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옥외 광고나 TV·라디오 광고도 하지 않는다.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범한 음식을 만든 다음광고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드는 데 온 노력을 기울였다.이게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은 너무 바빠서 광고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하지만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좋은 물건을 찾는 데는 필사적이다. 돈 페퍼스와 마사 로저스는 《1대1 마케팅 혁명》을 통해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보다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분야'를 개척..
"비행기 안에 골프공이 몇개나 들어갈까요?"고등학생 때였나, 구글 면접 질문이라며 한때 인터넷을 떠돈 적이 있었다.당시의 생각으론 임기응변이 빠르거나, 재치 있는 사람.혹은 확실히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곳으로 알았다.정확한 출제자의 의도는 알 수 없겠으나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세 번째 직장을 다니다보니그 문제를 왜 내었는지 알 것만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직장은 매일 예상되는 업무였다.로고, 패키지, 가이드라인.물론 매번 새로운 사업 영역이었고, 새로운 콘셉트였지만 말이다. 세 번째 직장은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이걸 내가?''내가 할 수 있는걸까?'나의 포트폴리오를 다른 사람의 것과 착각을 하신것은 아닐까라는의문이 들 정..
디자인은 나의 오랜 치부다.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일했지만, 만족스러운 결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청춘의 전부를 들인 일이었기에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웃어넘길 수 없었다. 딱 한 번 용기내어 엄마에게 미대 진학을 얘기했다.형편이 어려워서 지원할 수 없다는 말은 예상했던 바라 아프지 않았으나그 다음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네가 그림을 그려봤자 얼마나 그린다고.그냥 만화 조금 따라 그리는 정도잖아." 그래도 행동하는 나는 생각하는 나보다 언제나 강했다.끝내 낙서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비록 전문대였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거란 기대로내 마음은 한껏 부풀어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매체에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디자이너들의 눈빛에서는모종의 확신과 애정이 읽힌다.나는 어떠..
'말'은 만물의 프로토타입이다.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가장 먼저 '말'을 만들게 됩니다. 어둠을 밝히는 초의 역할은 전구의 발명으로 끝을 맞이했습니다.그런데 양초의 매출은 2000년대 이후에도 여러 선진국에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현대인들이 초에서 '불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입니다.전기의 시대에 초는 '캔들'로 이름을 바꾸고1.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물건 또는2. 향기를 즐기는 물건으로서 살아남았습니다.최첨단 LED 전구보다 훨씬 비싼 캔들이 있을 정도이지요. 투자자들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들 듯이,기획자는 말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Concept'의 어원은 동사 '잡다'를 뜻하는 라틴어라고 합니다. 컨셉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전체를 관통하는..
모나미가 60여 년이 넘도록 문구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기업의 본질을 오랜 시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본질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어떤 태도가 될 수도 있다. 모나미 역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돌고 돌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필기구를 만드는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브랜드 이미지는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는 방식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가 타깃 고객에게 인식되기를 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두 가지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브랜드의 본질, 브랜드의 고객 가치가 놓여야 한다.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언급한 수많은 키워드 중 가장 주목한 ..
업이 느슨해져 시간이 조금 남는 느낌이 들 때면 딴 짓을 하고싶어진다.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를 다듬거나 개인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들 말이다.허나 군대에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나이도 비슷하고, 입대 날짜도 기껏 두 세달 차이 밖에 안나는 나의 선임은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꿰뚫어 보았다.속된 말로 '갈굼'을 위해 연사 사격을 하다 얻어 걸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나의 두 세달 후임이 들어오고 나니 나 역시 그들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또래들의 작은 사회, 군대에서 마저 이렇게 훤히 보인다면바깥 사회의 10년 차 20년 차 선배들은 나를 얼마나 더 적나라하게 보고 있을까.이 때 다짐 했던 것은, "속인다고 속여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떳떳한 편에 서자" 였다.5..
잘 쓴 제안서란 뭘까? 우선 읽히는 제안서다. (...) 읽어보려고 애써도 안 읽히는 제안서도 참 많다. 그럼 잘 읽히는 제안서는 어떻게 쓰나? 우선 쉽게 상대방이 읽고 싶은대로 쓰면 된다. 상대방이 궁금한 내용을 궁금해하는 순서로. 그래서 제안서의 목차는 상대방의 질문이어야 한다. 기획 제안서 작성 6단계 1. 왜? - 너 이런 문제 있잖아 2. 그게 왜? - 사실 이것 때문이거든 3. 그래서 뭐? - 그래서 이걸 제안 4. 딴 것도 많잖아? - 다른 것 대비 이게 좋아 3가지 5. 그래서 어쩌라고? - 이렇게 진행할 수 있어 6. 근데 꼭 해야 되나? -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기획 프로세스 1. Who?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 - 먼저 지식과 관심도가 얼마인지 알아야 - 이미 알고 있는 것..
신입생 첫 학기를 마치고 교수님께서 방학 숙제를 내주셨다. "최대만 많은 걸 보고 와라"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자이너로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낭만적이다. 첫 입사 후 만난 디렉터가 내게 말했다. "보는만큼 그린다" 기획, 콘셉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많이 보는 것" 돌아보니 보는 것도 단계가 나뉘었다. 1. 눈으로 인지하는 것 (3sec) 2. 눈으로 그려보는 것 (10sec) 3. 손으로 그려보는 것 (30sec) 4. 툴로 똑같이 그려보는 것 (40min) (단계별로 대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내가 만난 현업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디자인이 가장 빠르게 느는 방법'은 ..
숱한 디자인 보고서, 제안서를 보며 드는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정말 이해를 할까?" 장표에 사용되는 용어부터 가독에 큰 돌부리가 된다. 브랜드 에센스? 브랜드 핵심 가치?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문 용어는 익숙하긴 하지만, 매번 "그래서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가 뭐였더라?" 다시 검색해서 정의를 찾아보곤 한다. 이제 5년차에 접어든 나 역시 쉽게 이해하고 있는 편이 아닌데 디자인에 문외한인 클라이언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치 의사 처방전같이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용어로 휘갈겨 우리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 내 영문 표기도 마찬가지다. 영단어를 사용하면 단어 고유 의미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고, 또 특유의 전문적 이미지가 있어 이점은 있으나, 한국인에게..
디자인은 요리처럼 일식전문가, 중식전문가 어느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는다. 디자인은 그냥 디자인이다. - 강구룡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인상적인 말이다. 당시 나의 해석은 - 편집디자이너 - 브랜드디자이너 - 영상디자이너 - UI/UX 디자이너 등 으로 나뉘는 직업군이 "주특기"일 뿐이지, 결국 디자이너라면 응당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막상 실무로 접어드니 디자이너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나마 잘 수행할 수 있는 특정 분야를 꽉 쥐고 있어야 시장에서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유지하려면 이 분야 저 분야 기웃거리는 것보다 가장 안전한 내 영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