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2e

결국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본문

design/diary

결국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2e2e 2024. 3. 7. 00:40

업이 느슨해져 시간이 조금 남는 느낌이 들 때면 딴 짓을 하고싶어진다.

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를 다듬거나 개인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들 말이다.

허나 군대에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나이도 비슷하고, 입대 날짜도 기껏 두 세달 차이 밖에 안나는 나의 선임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꿰뚫어 보았다.

속된 말로 '갈굼'을 위해 연사 사격을 하다 얻어 걸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의 두 세달 후임이 들어오고 나니 나 역시 그들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또래들의 작은 사회, 군대에서 마저 이렇게 훤히 보인다면

바깥 사회의 10년 차 20년 차 선배들은 나를 얼마나 더 적나라하게 보고 있을까.

이 때 다짐 했던 것은, "속인다고 속여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떳떳한 편에 서자" 였다.

5년 차가 된 지금도 그 때의 생각에 별다른 오차가 없다.

 

매번 떳떳한 시간을 보냈왔던 것은 아니다.

디렉터가 자리에 없거나 혼자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었을 때. 혹은

내 pc화면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을 때, 종종

개인 작업을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다듬곤 했다.

그것은 회사와 디렉터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섞여져 나온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들도 내가 온전히 회사 웍에 시간을 쏟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팀원으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난 경험들을 토대로 결론을 내보면

"결국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본업과 딴짓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전 직장은 브랜드 에이전시였고, 기획팀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브랜드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고 곧바로 디자인 스터디에 돌입했다.

디자이너가 이것 저것, 분석이랍시고 자료를 수집하는 시간은 '눈치'가 보이는 행동이었다.

 

"시안 개수가 왜 이거 밖에 안 나오는 거야?"

 

리뷰의 현장에선 어떤 근거로, 어떻게 의도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냥 벽에 최대한 많은 로고가 붙어 있어야 했고, 눈에 띄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이어야 했다.

여러 반론을 펼치는데는 짤릴 각오가 필요 했고, 결국엔 미움만 살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배움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 마련.

나는 이 환경을 이용하기로 했다.

로고 중심으로 진행되는 업무에 대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한 우물만 파는 두더지'가 되자.

틈틈이 꾀를 부려 카카오톡 11악장을 연주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동일 연차 디자이너들보다 경험의 다양성은 부족하겠지만,

누구보다 베이직 로고에 대한 역량은 뒤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현 직장은 전 직장과 정반대의 환경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중첩되는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사용하는 툴도 달랐고, 모든 프로젝트는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새로움을 요했다.

고은의 시가 떠올랐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전 직장에선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한 우물만 파기를 자청했으나

우물의 깊이가 생각보다 심각했음을 느꼈다.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드넓고 다채로웠다.

 

나는 이 환경 또한 이용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배워야할 것들이었기에

나의 '사이드프로젝트 리스트'와 본업을 일치시켜

경험치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나는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모두 노션에 적어두는데

이 많은 리스트 가운데 현재 본업과 일치하는 성격의 일들을 진행하기로 했다.

결국엔 사이드 프로젝트를 즐기는 것이 본업을 써포트하는 일이 되고,

본업에서 얻은 탄력이 다시 사이드 프로젝트로 전달되니

하루의 싸이클이 시너지로 작용됨을 느꼈다.

 

예를 들어

- 본업이 이모티콘을 활용한 디자인이라면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모티콘을 개발해 출시를 시도한다.

 

- 본업이 제안서를 써야하는 일이라면

출퇴근길, 제안서에 도움 되는 책을 읽고

귀가 후엔 밀렸던 '글쓰기' 주제들을 꺼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 로고타입을 스터디해야 하는 일이라면

퇴근 후에 작업 중이었던 폰트 개발 작업을

이어 한다.

 

결국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비중을 차지하는 건 본업이다.

결국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