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life/lecture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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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힘이 능력이다. 소피스트는 직역하면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는 직업의 형태였는데 청년들에게 처세, 웅변, 변론들을 가르쳤다. 어느 시대에 어떤 교과목을 가르치냐 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절대적인 게 아니다. 어느 시대에 어떤 교과목을 가르치냐는 것은 항상 그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조건에 따라 달라져 가게 된다. 그렇다면 아테네에서는 왜 처세, 웅변, 변론들을 가르치게 되었을까? 답은 직접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으로서 변론은 필수 덕목이었다. 또한 아테네 청년들은 페리클레스(아테네 민주주의의 아버지)같은 위대한 정치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정치가가 되려면 자기 편이 많아야 한다. 윗사람 하고도 선이 많이 닿아야 하고, 자기를 ..

저는 어쩌다가 그냥 성공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 저한테 정치를 하고 싶고, 거대 정당 지도부에 올라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무 답도 해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6개월 전만 해도 저는 이런 삶을 꿈꿔본 적이 없어요. 감히 이것이 저한테 현실화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치밀한 준비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페이스북의 성공은 우연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어요. 1학년 때 처음 페이스북이 나왔는데 정말 허접했어요. 있는 기능이라곤 전화번호부, 기숙사 정보 정도. 그런데 단 한 가지 대학생들의 호기심에서 시작한 오타쿠스러운 기능 하나는 모든 대학교 기숙사 IP 주소를 검색해서 방 번호와 매칭을 한 건데 어떤 학생이 접속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아가고 천천히 알아갑니다. 그리고 인간이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를 하나하나 알아가게 돼요.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면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내가 하마터면 저지를 수 있었던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에요. 유혹에 강한 사람은 없다. 다만 아직까지 적절한 유혹을 받지 않았을 뿐이다. 소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요. 타인이 돼서 그사람이 겪은 감정을 겪는 거예요. 소설은 감정의 테마파크다. 여러분들이 에버랜드에 가서 기대하는 건 뭐예요? 다양한 걸 경험하는 거예요. 그러면 타인을 이해하는 것, 타인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만 중요한가, 여러분 자신도 이해하게 돼요. 왜냐하면 우리 안에 있는 여러가지 충동들이 ..

내가 아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국문학과를 간다고 했어요. 국문학과를 간다고 그러면 우리나라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말려요. 길이 두 개밖에 없다는 거예요.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든지 아니면 교수가 되든지 둘 중 하나밖에 없는데 한 학년에서 교수가 되거나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는 사람이 아예 안 나올 수도 있고, 한 명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형은 소설이 좋다, 책이 좋다 해서 기어코 국문학과를 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도 괜히 갔다, 배워서 쓸 데도 없는 거 계속 배운다. 이런 말을 했는데 이 형이 언제 자기에 대해서 뭔가를 발견했냐면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취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알바하면서 모아 둔 돈이 2~300만원 정도 있더래요. 그래서 이 돈을 가지고 최대한 오래 놀자...

알았다고 칩시다. 어렵게. 이 과정은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았어요. 그 다음 해야될 게 뭐냐, 그 일을, 그냥 하는 겁니다. 바보같은 얘기처럼 들릴 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뭔지 아세요? 다른 사람한테,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거예요. 왜? 그 일을 실패했을 때 자기가 못난 사람이 안 되고, 그 일이 원래, 워낙에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내가 실패했어도 그건 내가 못난 게 아니다. 하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한테 퍼트리는 걸 가장 먼저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설득이 돼요. 아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그래서 옆에서 그 일을 왜 아직 안 하고 있냐 물어보면 화를 냅니다. "너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라서 ..

가진 것이 적을 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돈이 없으면 없을 수록, 저는 없으면 걸어야 했고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자연경관이 더 많았고, 거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돈이 없으니까 가끔은 노숙을 해야했고, 그러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었고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배움도 더 많았고요.

나는 왜 살아야 하지? 내가 살아야 되는 이유 없이 하루라도 존재하고 있는 저 자신을 참을 수 없었어요. 미래의 딸에게 음성이 들렸습니다. “아빠, 아빠 직장 다닐 때 일본에서 한글을 수입했다며, 근데 아빠는 뭐했어? 그때 아빠는 디자이너였잖아.” 말문이 막혔습니다. 저는 그때 이도를 만났습니다. 이도는 스물 네살에 왕이 되었지만 백성들의 아픔을 다른 왕과는 다르게 자기의 아픔으로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가는 국가적인 정체성 민족의 정체성은 고사하고 민족적인 자존심 하나 없이 한자를 못 읽어서...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대학은 외국 학장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글날 축전을 보냅니다. 학교 휴교합니다. 그분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글날은 대한민국의 축제만이 될 수 없다. 전 인류의 축..

초등학교 3학년 첫 개학날이 기억난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6학년. 그리고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 많은 학교 가야 할 날들 중에 나는 겨우 초등학교의 중간을 향해 막 시작했구나.’ 참으로 막막했다. 시간이 이보다도 안 갈 수 있을까. 첫 학기 교과서, 첫 페이지 글씨는 그래도 절도가 있었으나 금새 뼈대가 하나씩 나가버리는 현상은 나의 심리적 상태를 반영한 것과 같았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왜 출발하지 않는거야?’ 라고 외쳤던 롤러코스터를 탄 어린이는 그 속도감을 맛보고는 입을 다물게 되었다. 도리어 왜 멈추지 않는냐며 소심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키와 몸무게가 불어난 이유인지 가속은 더해져만 갔고 그에 따라 삶은, 방향보다 ‘속도’에 뒤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

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난 고객이 지난 5년 간 이 은행을 상대로 여섯 건의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그런데 이분의 소송 자체가 법 논리적으로는 옳지 않기 때문에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소송 과정에서 너무나 은행을 괴롭히는 거예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다양한 직원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거예요. 판사님 앞에서 선서하고 증언하면 상당히 떨리거든요. 그 다음에 한 2년, 3년 전의 일을 물어본단 말이죠. 기억이 애매한 것들에 대해서 예스나 노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러면 물어보고 제대로 답변 못 하거나 애매하게 답변하면 바로 그 은행원을 위증죄로 고발해버리는 거예요. 지난 5년동안 증인으로 불려나와 위증죄로 고발된 사람이 열댓명이에요. 물론 그 과정이..

'힘을 빼세요', '힘 빼는 법을 배우는 게 수영입니다.' 짧게 나마 수영을 배울 때 강사가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어릴 적 경험 때문에, 꽤 오랜 동안이나 얼굴을 물 속으로 넣는 일 조차 하지 못 했지만, 극복하기 위해 딱 한 달, 물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말처럼 쉽게 되진 않았다. 매일 1.5리터 정도의 물을 마셨던 것 같고, 얼마나 온 힘을 다해 물을 갈랐는지 매일 수영이 끝나고 나면 하루가 피곤으로 물들었다. 악착같이 발악을 한다고 해서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빠르게 가는 것도 아니었다. 힘을 빼야하는 것이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돈은 네발이 달렸고 사람은 두발이 달렸다. 계획과 목표를 너무 확고하게 세우는 사람들은 운이와도 운 인지 모른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