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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엄친아 이준석의 주저 없이 덤벼라! (이준석-스타특강쇼-2012) 본문
저는 어쩌다가 그냥 성공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 저한테
정치를 하고 싶고, 거대 정당 지도부에 올라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무 답도 해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6개월 전만 해도 저는 이런 삶을 꿈꿔본 적이 없어요.
감히 이것이 저한테 현실화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치밀한 준비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페이스북의 성공은 우연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어요.
1학년 때 처음 페이스북이 나왔는데 정말 허접했어요.
있는 기능이라곤 전화번호부, 기숙사 정보 정도.
그런데 단 한 가지 대학생들의 호기심에서 시작한
오타쿠스러운 기능 하나는 모든 대학교 기숙사 IP 주소를
검색해서 방 번호와 매칭을 한 건데 어떤 학생이 접속하면
어느 방에서 접속했는지 띄워주는 거예요.
그 기능 하나 때문에. 2004년, 여름의 기숙사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페이스북에 접속해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그는 지금 어떤 기숙사에서
누구랑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지금 한국에서 창업 하는 사람들은 그 패스를 그대로
안 따라가요. 멘토라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죠.
“처음에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돈을 어떻게 거둘지 잘 생각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처음에 그런 고리 하나도 없이 시작했어요.
자기들이 그냥 재밌는 거, 잘 할 수 있는 거를 가지고
시작하다 보니까 하버드생 전원이 쓰게 되고,
하나씩 확장해 가면서 만든 거예요.
만약 주크버그가 창업 멘토를 두었다면
넘지 못했던 산들이 굉장이 많았을 거예요.
다른 사람을 추적해서 스토킹하는 기능,
다 법적으로 살펴보면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업을 했다면
고소 고발로 망했을 거예요.
그런데 과감하게 “우리는 법을 무시하겠어.”
그 조언을 어떤 멘토가 해줄 수 있겠어요.
그 사람들은 자신이 있었고
현재 20조 부자가 된거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건 맞는데
스티브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 하는 법 배운다고
스티브잡스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도전이 아니에요, 모방일 뿐이지.
서울과학고에서는 그 당시 140명 중에서
상위 20명 정도만 서울대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40등 정도 했어요.
지레 겁먹고 서울대는 원서도 못 내봤는데,
정작 고등학교 내내 한 번도 준비 안 해본 하버드는 그냥 붙었어요.
하버드는 6월 달에 가겠다고 생각하고 9월 달에 SAT 시험을 본 것이 끝이에요.
유학 합격이라는 성과를 이루고도 저에게 항상 큰 고민이 있었는데
학비가 1년에 5천만 원 정도 합니다. 4년간의 학비가 2억.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그 문제가 해결됐어요.
제가 붙은 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장학금이라는 것을 만들어줬어요.
대통령 장학금을 1회로 받았는데, 그 때 전액 장학금을 받았어요.
저는 믿고 있었어요.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거.
장학금을 받지 않아도 가족의 연 소득이 8만 달러(약 1억원) 이하면
학비, 식비, 기숙사비 전부 면제예요.
아무도 이 길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살아오면서 한 선택들이 왠지 모를만한, 말도 안 되는 자신감에 있어가지고
돈키호테 같은 선택들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존경하는 나의 부모님 마저도 적어도 이 상황에 있어서는
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그 조언을 따랐을 때
내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하버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스펙이 필요할까요,
자기만의 경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유학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정한 공식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요.
“SAT 점수는 몇 점 이상이면 내볼 수 있겠네요.”
라는 식으로 유학 컨설턴트들이 말을 많이 하는데,
컨설팅 업체의 기준에 따르면 저는 스펙이 굉장히 낮아요.
SAT 1,440점. 하버드 평균 점수는 1,660만점에 1,580점.
그리고 과학고에서 아이비리그나 직유학 가는 것은 저희 때가 첫 해예요.
그 전까지는 유학 준비하는 법도 몰랐어요.
반면 외고는 유학반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3년 동안 유학만 준비해서 갔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준비된 상태로 갔었거든요.
그들은 처음부터 스펙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거예요.
‘SAT1, 2, 토플, AP, 봉사활동, 에세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에세이를 잘 썼어요.
그 에세이 속에 녹아있던 것은 제 스토리예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회의 부회장이었는데,
공립학교여서 나라의 지원이 많을 것 같지만, 8년이 지난
노후된 컴퓨터로 프로그래밍 하고 그랬어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창 3개 띄우면 뻗고…)
그래서 어떻게든 컴퓨터를 교체해야겠다는 목적 의식이 있어
후원 받을 곳을 살펴봤는데 어느날 신문을 보니까
부산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에 S모 전자에서 최신형 컴퓨터들을
홍보하는 홍보관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회사 홍보팀에 전화해서 거기서 썼던 컴퓨터들
보내줄 수 있겠냐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랬더니 얼마 뒤에 학교로 연락이 왔어요.
“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애가 컴퓨터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게 맞는거냐”
컴퓨터가 10대 도착했어요.
전화 한 통으로 2,500만원 치 협찬을 끌어낸거죠.
지금 제가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남한테 따라하라고 그래요.
(이거 잘못 퍼지면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거기 홍보팀에
전화하고 있을텐데, 우리나라 특성상.)
본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스토리가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한거지,
절대 그것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남의 스토리를 모방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하버드는 벼락치기를 할 수 없는 곳이에요.
외우는 시험이 아니라서 수업 하나를 들으면, 수업 하나에서만
300페이지를 읽어야 하거든요, 책을 못 읽었다면 전혀 수업에 참여할 수 없어요.
하버드는 ‘과(전공)’ 개념도 없어요.
32개 수업인데, 20~25개는 교양수업이에요.
전공 과목은 7~8개만 들으면 졸업이 돼요.
특히 하버드가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 토론하기, 대화하기.
토론 점수가 전체 점수의 10~20% 차지.
하버드는 4년 다니고 남는 게 뭐였냐면
토론에서 지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해요.
토론을 잘 하려면 내가 뛰어나야 되는 것도 있지만
상대편도 뛰어나야 돼요.
저도 백분토론 같은 곳에서 상대가 재밌으면 저도 재밌어요.
상대가 허접한 사람이면 저도 나태해져요.
하버드가 가진 문화는 그거예요.
상대편이 잘 돼야 나도 잘 된다는 마음으로 경쟁하는 것.
팀워크를 강조 한다는 것.
제가 창업하면서 경영자가 돼 보니까 또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에 똑똑한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하버드 컴퓨터 공학과에 있는 사람들보다
카이스트 컴퓨터 공학과인 사람이 프로그래밍은 3~4배 잘해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하나로선 굉장히 우수한 사람들이 팀을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
굉장히 삽질을 많이 하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저희 학교 경제학 개론 담당 교수거든요,
맨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사람이죠.
미국에서도 대단한 사람이에요.
왠지 질문도 하기 어려운 상대일 것 같은데.
하버드 수업을 들어보면 맨큐도 학생들에게 엄청 까여요.
질문을 10번 하면 2~3번은 학생들에게 져요.
하지만 학생들은 그 토론이나 수업에 맥을 절대 잃지 않아요.
가끔 예의가 없는, 저런 무개념 인간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상황을 많이 접했는데, 1학년 때 앞에 발을 올리고 수업 듣는 모습을 보고
쇼크 먹었어요. 더 놀라운 것은 교수가 신경도 안 써요.
그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어서 “너 그거 틀렸어!” 라고 지적하는데도
교수가 그것을 인정하고 칠판을 싹 지우는 거예요.
한 번은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다리 올리고 샌드위치 먹으면서 컴퓨터 하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기분 이상하지 않느냐, 자괴감 느끼지 않느냐.”
교수가 딱 잘라서 이야기 하더라고요.
“나도 대학교 때 저랬다.”
“기분이 나쁘지만, 뭐라고 얘기 할 필요도 없는 것이
교수와 학생이랑 관계에서는 태도 가지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태도가 그 학생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인격 모독이 아닌 지적인 챌린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받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수업 전체가 발전할 것이다.”
꼭 하버드를 나오지 않아도
어떤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환경이 주어지면 자유로운 생각을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거예요.
선천성 척추장애가 있는 선배가
“방학 때 우리 한국 나가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교육봉사를 해보자.” 라고 했었거든요.
선배는 척추장애로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강의 할 차례가 오면
제가 1학년 후배와 같이 칠판의 높이를 낮춰야 해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그 일이 많이 귀찮았어요. 그래서 저랑 후배랑
“형 이제 수업 안하고 이제 쉬셔도 돼요,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뒤에서 애들 봐주시면 돼요.”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 날 제 일생일대에 큰 변화가 온 거예요.
형이 저한테 욕을 바가지로 하네요?
“야 너네가 지금 그렇게 이야기 하는게 장애인이나 저소득층한테
대하는 태도였다면 너넨 진짜 나쁜 놈들이야. 너희 하고싶은대로,
편한대로 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척까지 해주고 있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봉사, 복지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배려를 가장한 격리, 배려를 가장한 방치, 배려를 가장한 포기라는 것.
이 말이 저에게 화살처럼 꽂혀서 제가 만약 봉사자가 아니라
수혜자 입장이었다면 정말 그렇게 비추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움을나누는사람들(이하 ‘배나사’)이 다른 점이 무엇이냐면
상향평준화 교육을 목표로 해요.
교육 기회가 부족해던 학생들에게 교육할 때는
대다수 교육 기관이 기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해왔어요.
“너는 2차 함수를 모르니까 이건 안 풀어도 돼.”
“너는 나중에 수학으로 먹고 살 거 아니니까 수학은 일단 빼자.”
우열반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각자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기 때문에
찬성하고 있으나, 배나사에서 확인한 바로는 A, B, C반으로 나눌수록
C반에 있는 학생들끼리 결집을 해서 더 낮은 곳으로 가요.
“선생님 어차피 우리는 C반 이잖아요~”
A반은 이미 학생이 가져야 할 성취도 이상의 것들을 하기 때문에
A반은 A반 대로 놀아요.
“어차피 우리는 학교 시험은 잘 볼 수 있어.”
그래서 배나사에서 채택한 체제는 상향평준화예요.
학교 처음 입학했을 때 진단고사를 봤는데
D반에 들어간 학생이 있었어요. D반이라 하면 보통 특수반이라고 해서
공부를 하고싶어도 신체적, 정신적 결함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D반에 많이 넣거든요.
그 학생이 수학시험에서 12점을 받았나봐요.
배나사에서 상향평준화 교육으로 1년이 지난 다음엔 88점이 되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됐죠, 그 학생이 공부를 안 하게 된 이유는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데 누나가 뺑소니 사고로 혼수상태로 있었고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어 아무도 챙겨줄 사람이 없어 수학을 놓았을 뿐,
그 학생은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거.
그걸 확인했던 거예요.
거기서 과연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한 학기만에 40점대로 성적이 올랐을 땐
“잘 찍었나보다.”
다음 시험 60~70점대로 올랐을 때 그 학생을 부른 곳은 학생지도부
“너 어쩌다 컨닝을 하게 됐니?”
그러다 88점을 받으니 난리가 난 거예요.
자기들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그 때 깨달은 거예요.
제 생각에 이 학생은 하버드에 갈 수 있는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학생인 것 같아요. 그 학생은 서울대 못 갈 거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충분한 내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하버드는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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