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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 골프공이 몇개나 들어갈까요?"고등학생 때였나, 구글 면접 질문이라며 한때 인터넷을 떠돈 적이 있었다.당시의 생각으론 임기응변이 빠르거나, 재치 있는 사람.혹은 확실히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곳으로 알았다.정확한 출제자의 의도는 알 수 없겠으나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세 번째 직장을 다니다보니그 문제를 왜 내었는지 알 것만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직장은 매일 예상되는 업무였다.로고, 패키지, 가이드라인.물론 매번 새로운 사업 영역이었고, 새로운 콘셉트였지만 말이다. 세 번째 직장은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이걸 내가?''내가 할 수 있는걸까?'나의 포트폴리오를 다른 사람의 것과 착각을 하신것은 아닐까라는의문이 들 정..
업이 느슨해져 시간이 조금 남는 느낌이 들 때면 딴 짓을 하고싶어진다.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를 다듬거나 개인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들 말이다.허나 군대에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나이도 비슷하고, 입대 날짜도 기껏 두 세달 차이 밖에 안나는 나의 선임은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꿰뚫어 보았다.속된 말로 '갈굼'을 위해 연사 사격을 하다 얻어 걸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나의 두 세달 후임이 들어오고 나니 나 역시 그들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또래들의 작은 사회, 군대에서 마저 이렇게 훤히 보인다면바깥 사회의 10년 차 20년 차 선배들은 나를 얼마나 더 적나라하게 보고 있을까.이 때 다짐 했던 것은, "속인다고 속여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떳떳한 편에 서자" 였다.5..
신입생 첫 학기를 마치고 교수님께서 방학 숙제를 내주셨다. "최대만 많은 걸 보고 와라"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자이너로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낭만적이다. 첫 입사 후 만난 디렉터가 내게 말했다. "보는만큼 그린다" 기획, 콘셉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많이 보는 것" 돌아보니 보는 것도 단계가 나뉘었다. 1. 눈으로 인지하는 것 (3sec) 2. 눈으로 그려보는 것 (10sec) 3. 손으로 그려보는 것 (30sec) 4. 툴로 똑같이 그려보는 것 (40min) (단계별로 대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내가 만난 현업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디자인이 가장 빠르게 느는 방법'은 ..
숱한 디자인 보고서, 제안서를 보며 드는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정말 이해를 할까?" 장표에 사용되는 용어부터 가독에 큰 돌부리가 된다. 브랜드 에센스? 브랜드 핵심 가치?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문 용어는 익숙하긴 하지만, 매번 "그래서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가 뭐였더라?" 다시 검색해서 정의를 찾아보곤 한다. 이제 5년차에 접어든 나 역시 쉽게 이해하고 있는 편이 아닌데 디자인에 문외한인 클라이언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치 의사 처방전같이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용어로 휘갈겨 우리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 내 영문 표기도 마찬가지다. 영단어를 사용하면 단어 고유 의미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고, 또 특유의 전문적 이미지가 있어 이점은 있으나, 한국인에게..
디자인은 요리처럼 일식전문가, 중식전문가 어느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는다. 디자인은 그냥 디자인이다. - 강구룡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인상적인 말이다. 당시 나의 해석은 - 편집디자이너 - 브랜드디자이너 - 영상디자이너 - UI/UX 디자이너 등 으로 나뉘는 직업군이 "주특기"일 뿐이지, 결국 디자이너라면 응당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막상 실무로 접어드니 디자이너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나마 잘 수행할 수 있는 특정 분야를 꽉 쥐고 있어야 시장에서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유지하려면 이 분야 저 분야 기웃거리는 것보다 가장 안전한 내 영역 ..
1. 리서치 1-1 시장 리서치 - 해당 서비스/제품의 역사 및 배경 - 해당 서비스/제품은 왜 이용하는가? - 해당 서비스/제품은 현재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인식/트렌드) = 우리 브랜드 "산업"이 왜 시장에 필요한가? 1-2 동종 업계 리서치 - 차별점 / 강점 (벤치마킹) - 약점 (주의점 / 기회) - 타깃 (타깃을 어떻게 조준하고 있는가) - 수익 구조 (수익 모델, 가격 등) = 소비자가 동종 업계 브랜드를 두고 우리 브랜드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 - 디자인 (로고, 컬러, 그래픽 등) = 우리의 시각적 자산을 강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하는가? - 커뮤니케이션 (SNS 채널, 광고, 버벌 등) =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 1-3 참고할 만한 타종 업계..
브랜드 디자이너는 소비자나 유저가 브랜드의 모든 매체를 일관되게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시각적 설계를 해야한다. 비단 심볼이나 로고 뿐만 아니라 확장되어 활용되는 면 또한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질서의 기본 단위를 "그래픽 모티프"라 부른다. 내가 가장 큰 피로감을 느끼는 모티프는 로고의 조형적 특징을 크롭하여 보여주는 의미 없는 그래픽이다. 의미만 연계가 된다면 이보다 더 직관적인 방법은 없지만, 차별성을 만들기 좋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그래픽 모티프 도출 방법을 정리했다. (* 적합한 사례를 다중으로 적용) 1. 로고 조형 크롭 2. 로고 모티프 확장 3. 지정 서체 활용 4. 브랜드 성격/대표성 모티프 (로고 비연계) 5. 일러스트 개발 6. 타입 개발 7. 기호 및 아이콘 개발 8. 그래픽 ..
*브랜드 컨설팅 디자이너를 기준으로 함.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에 밀려오는 소리없는 함성은 환청이 되어 귓등을 때린다. ‘맥락’ 그리고 ‘나다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의 브랜드 디자이너 인터뷰를 보면 직업이나 직무에 대한 설명이 추상적이다. 질의응답이 아니라 사색에 잠긴 혼잣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른 행성,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도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당장 차를 타고 지방 한적한 농촌 마을 경로당에 들어가 “그래 자네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라고 어르신이 물을 때도 쉽고 명확하게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아.. 그 브랜딩…” “아니, 로고 같은 거 만들어요.” 결국 브랜드 디자이너는 로고..
(2022.07.13) 디자인 스터디를 하면서 매번 프로세스가 달라진다. 매번 새로워지는 개념이 아니라, 매번 잊혀지고, 잊혀졌던 걸 다시 캐치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주어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프로젝트도 있고 짧은 프로젝트도 있기 때문에 최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풀-플로우를 정해두고, 플랜 과정에서 일부를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작업을 거친다면 레퍼런스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디자인 기획이 정리 됐다는 가정 1. 키워드 도출 - 브랜드 룩 (브랜드 페르소나) - 디자인 룩 (브랜드 로고/모티프) 2. 사례 조사 - 조형 검색 (유사 업종 - 구글 / 핀터레스트 / 드리블) - 조형 검색 (키워드 - 구글 / 핀터레스트 / 드리블) - 비핸스 무드보드 (유사 업종 / 로고 / 타입)..
(2022.07.12) "어차피 바꾸실 거잖아요." 브랜드 에이전시에 근무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우여곡절은 직무, 연차, 직급 상관 없이 수시로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나를 괴롭혀온 대상은 '디렉터'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 기업이 시대를 초월하여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이지만, 그 인재상이 되려면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숨기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디렉터가 있는 한, 내가 한 디자인은 어차피 바뀐다는 것. 이런 고민, 저런 고민, 여러 시도와 테스트의 시간이 무색해지는 디렉터의 디벨롭은 급기야 디자인 웍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동기를 저하시킨다. "고민 해봤자, 심혈을 기울여 봤자, 디렉터 입 맛대로 바뀔 것인데..." 얼마 전 신입 디자이너가 입사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