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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에이전시 - 어차피 바꾸실 거잖아요 본문
(2022.07.12)
"어차피 바꾸실 거잖아요."
브랜드 에이전시에 근무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우여곡절은 직무, 연차, 직급 상관 없이
수시로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나를 괴롭혀온 대상은
'디렉터'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
기업이 시대를 초월하여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이지만,
그 인재상이 되려면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숨기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디렉터가 있는 한, 내가 한 디자인은 어차피 바뀐다는 것.
이런 고민, 저런 고민,
여러 시도와 테스트의 시간이
무색해지는 디렉터의 디벨롭은
급기야 디자인 웍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동기를 저하시킨다.
"고민 해봤자, 심혈을 기울여 봤자, 디렉터 입 맛대로 바뀔 것인데..."
얼마 전 신입 디자이너가 입사했다.
나는 그간 누적돼 온 경험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종결된 프로젝트에 대해 웹사이트에 소개될 페이지 구성을 맡겼고,
중간 중간 진행된 작업에 대해 피드백의 시간을 가졌다.
피드백은 '취향'을 배제하고 '근거'를 들고자 했으며,
최종 파일을 넘겨받아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될 땐
바뀌게 된 부분에 대해 구간 별로 설명을 했다.
하지만 이후 가벼운 대화의 자리에서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도 잘 부탁드려요."
"어차피 바꾸실 거잖아요."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었고,
그래서 넘기고 싶지 않았던 불만은
그대로 나를 향해 조준되었다.
허탈감에 지배당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나의 논리에 모순적인 매니징을 했는지,
아니면 디렉터가 누구인지를 떠나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지,
자기 객관화가 쉽게 되지 않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선임을 욕하지 마라, 내가 가야 할 길이다.
후임을 욕하지 마라, 내가 왔던 길이다."
결국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인가.
이 사건을 최근 일상의 화두로 두고 있다보니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팀 프로젝트는 개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개인의 성취나 포트폴리오를 목적으로 하게 되면
프로젝트의 방향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 지성의 힘.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향후 디렉터로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팀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이끌어 낼 것인가.
그간 느낀 불만은 결코 수정과 디벨롭에 대한
이유를 모르고서 가진 불만은 아니었다.
정리를 해보면 사실 한 끗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1. 팀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프로젝트는 최종 시안 채택자의 것이 아니라 팀원 모두의 것
-프로젝트 참여도를 퍼센테이지로 나눌 수 없다는 전제
2. 팀 프로젝트 프로세스
-직급 별로 통과되는 디자인이 아닌, 수평 선상에서 함께 정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
3. 팀의 문화
-인턴이 대표에게 디자인에 대한 견해를 쉽게 나눌 수 있는 문화
이 일을 계기로 나의 불만의 뿌리를 조금 더 클로즈업 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치 검사를 맡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의견을 모아 함께 더 나은 '우리'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에는 동의 했으나,
실은 수직적인 구조에 따라 '디렉터'의 정리된 프로젝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
기업이 요구해야할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구조를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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