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2e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김어준-청춘페스티벌-2011) 본문
알았다고 칩시다. 어렵게.
이 과정은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았어요.
그 다음 해야될 게 뭐냐,
그 일을, 그냥 하는 겁니다.
바보같은 얘기처럼 들릴 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뭔지 아세요?
다른 사람한테,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거예요.
왜? 그 일을 실패했을 때
자기가 못난 사람이 안 되고,
그 일이 원래, 워낙에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내가 실패했어도
그건 내가 못난 게 아니다.
하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한테 퍼트리는 걸
가장 먼저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설득이 돼요.
아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그래서 옆에서 그 일을 왜 아직 안 하고 있냐
물어보면 화를 냅니다.
"너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마침내 안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제가 10대 때 아라파트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빈 라덴 정도 되겠네요.
이유는 나도 몰라요.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아무도 나한테 아라파트를 만나선 안된다는 말도 안 했어.
그런데 20대 중반이 되던 해, 94년도를 기억하는데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인
아라파트 그리고 미국 대통령 클린턴 이 세 사람이 만나
중동 평화 회담을 합니다. 그러고 나서 뭘 약속했냐면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되도록 도와주겠다.
평화협정을 했죠. 그걸로 노벨평화상을 받습니다.
그게 외신란에 났어요. 그리고 그 결과, 아라파트가
전 세계를 떠돌다가, 이스라엘로 돌아온 거예요.
드디어 94년, 제가 아라파트가 어딨는지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아라파트를 만나러 간다니까
제 친구들이 다 미쳤다.
그러나 저의 대답은, 아라파트가 나보고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궁금하니까 내가 그 사람 보러 가야겠다.
보러 갔어요.
꾸역꾸역. 산 넘고 물 건너서 이스라엘로 가서
검문소 몇 개 넘고, 어렵게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서,
사람들한테 아라파트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하니까
니가 왜 아라파트를 만나냐?
리스펙트. 리스펙트 한다 내가.
결국 그 사람들이 저를 차에 태워서
아라파트 집 앞에 내려줬어요.
10대 때 사하라를 가고 싶었어요.
어떤 책에서 봤는데 어떤 커플이,
사하라를 횡단했답니다.
나중에 나도 크면 횡단해야지.
그래서, 20대 중반에 사하라를 갔습니다.
트럭을 타고, 한 달 넘게 횡단하는 그런 코스였는데,
첫 날 사하라를 이렇게 쭉, 횡단하는데,
모래가 많아요.
계속 모래입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
아무리 둘러봐도 다 모래야.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앞으로 계속 모래냐?
앞으로 계속 모래다.
모래는 이만하면 됐다 싶어서
저는 내려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누구를 만나고 싶다.
어디를 가고 싶다. 뭘 하고 싶다 해서
그걸 시도해보지 않은 적은 없어요.
그렇다고 다 된 적은 없죠 물론.
세상에 그런 건 없어요.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러니까 그냥 하는 겁니다.
얼마나 어려운가, 얼마나 실패했을 때 타격이 큰가,
따지지 않고, 그냥 하는 겁니다.
그게 성공을 보장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게 후회를 없애줘요. 삶에.
그러면 하고 싶은 일도 찾았고,
그냥 하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걸 언제 해야 되느냐?
당장.
지금. 당장.
제가 또 배낭여행을 갔을 때예요.
파리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하고
오페라하우스 사이에 큰 대로가 하나 있어요.
그 대로를 걷다가 왼쪽 편에 양복점을 발견했어요.
그 이전까지는 전 양복이 없었습니다. 한 번도.
그런데 그 양복점에 걸려있는 양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 양복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게 마치 내 거 인양,
그 양복을 꺼내서 입었습니다.
그리고 양복만 입으니까 안 어울려서
와이셔츠도 하나 꺼내 입고, 넥타이도 하나 꺼내 입고,
구두도 하나 신고, 이 모 든일이 한 30초 만에 일어났어요.
마치 내 옷을 맡겨놨다가 찾는 것처럼 후다닥.
그런데, 다 입고 보니
너무 멋진 겁니다 애가.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양복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격을 봤더니, 12만원 정도. 우리 돈으로.
그때 제가 두 달 정도 남아 있었는데,
한 백이십몇 만원이 남아있어요 수중에.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사려고 옷을 벗으려고
다시 보니까 공이 하나 더 있어.
120만원 정도야.
그때까지 내가 샀던 모든 옷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비싸요.
그런데 그 옷을 벗고 나올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거울 속에 있던 아이가 너무 멋있어.
저 아이를 두고 나갈 수가 없는 거지.
그와 함께 나가야 되겠어.
그래서 주저앉아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전 재산인데. 두 달 동안.
이거 쓰고 나면 한 푼도 없는데. 아사 할 수도 있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 두 달은 아직 안 왔잖아.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그 양복을 샀어요.
그걸 입고, 육상 공원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 직전까지는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여행 다니다가 이 숙소 삐끼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 가서, 사람들한테
우리 숙소로 가자 삐끼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로마로 왔습니다. 당장.
어떤 펜션으로 들어가서 하룻밤 묵고 돈 내고 나오면서
내가 지금 갈 수도 있고,
배낭을 놓고, 손님 세 명을
끌고 오면 그 방에 나도 재워줘라 공짜로.
만약에 다섯 명 이상 데리고 오면,
한 사람 추가분부터 나를 얼마를 줘라 커미션을.
그리고 아무도 못 데리고 오면 나는 그냥 가면 된다. 배낭 메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why not이잖아요?
그래서 역으로 갔어요.
제 생각엔 최소한 세 명은 데리고 오겠지.
그날 제가 1시간 만에 30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왜?
난 BOSS를 입었잖아.
그곳에 일주일 있으면서 관계가 역전됐어요.
호텔 매니저가 제발 떠나지 말아라.
그래서 수중에 한 50만원 생겼습니다.
이 50만원이 생기자, 내가 왜 남의 장사를 해주고 있나.
떠오른 게 뭐냐면, 당시에는 숙소가 부족했습니다.
헝가리 체코 이런 나라들이.
체코로 갔어요.
체코에 어떤 숙소가 있었냐면, 자기들이 원래 살다가,
집을 통째로 내놓는 거죠. 그 시즌에.
호텔이나 민박이 부족하니까, 살면서 방을 내주는 게
아니라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거예요.
거기서 하루 묵고 그 주인한테 50만원을 줬어요.
일주일치로. 내가 일주일 동안 여기를 쓰겠다.
그리고 이주 째도 50만원을 당신한테 줄 수 있으면
한 달 계약을 하자.
그 주인 입장에서 why not이잖아.
하루하루 장사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한테 파는 것보다,
한 사람이 50만원 주니까. 한 번에, 한 사람한테
50만원을 다 빌려주는 거죠.
그리고 역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동양인만 상대하지 말고,
동서를 가릴 것 없이 마구 잡아들이자.
그래서 역에 가서 기차에서 내리는 여행객 중에
반반한 남자 놈을 하나 잡아가지고,
내가 앞으로 한 달 동안 너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줄 텐데 내 밑에서 일해라.
안 할 이유가 없잖아.
난 BOSS를 입었는데.
그래서 영국 친구를 고용하고, 둘이 알바를 시작했죠.
곧 대박이 났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가격이 더 쌌고
젊었고, 그래서 제가 한 달 정도 소위 삐끼 사장을 했는데,
매일 잘 먹고, 잘 쓰고, 그리고 제가 체코를 떠나는 날
수중에 천만 원이 남았어요.
이 모든 건 BOSS를 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그리고 제가 그 이후로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삶의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당장 행복해져야 된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해요
지금,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어도,
지금은 그 일을 하지 않고,
열심히 뭔가를 모으거나, 준비하거나
혹은 미루어 두거나 해서
나중에 행복해질 거다.
행복이라는 게 마치 적금을 들 수 있고
나중에 인출해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때 행복은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는 거예요.
당장 행복해져야 되는 거죠.
이런 얘기는 하나 해드릴게요.
세상에, 전 세계에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40대 이런 사람들을 조사한 적이 있어요 어떤 기관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했을까?
특징이 한 가지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20~30대가 대부분
거의 모든 사람 예외 없이,
어떤 한 가지 일을 40대까지 해서
40대에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고
대부분은 전혀 상관도 없는 일들을,
그렇게 많이들 했더라는 겁니다. 무작위로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그 순간에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주저 없이 뛰어든 겁니다.
그러다가 아니면 다른 거 하고, 또 다른 거 하고,
미루지 않았던 거예요 한 번도, 그 즉시 즉시
어차피 인생은 비정규직이에요.
그러다 30대 중반 어느 시점쯤에 자기가
잘 하는 일을 깨달은 거죠.
그로부터 10년간 그 일을 하고 났더니
결과적으로 유명해져 있더라는 겁니다.
욕망의 주인이 되십시오.
어쨌든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고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세요.
졸라 짧아요 인생.
그리고 이 얘기는 하고 싶네요.
굉장히 계획들을 많이 해요.
계획만큼 웃긴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될 리가 없어요.
많이 신이 존재한다면
가장 사람에 대해서 비웃을게 그 부분입니다.
이것들이 계획을 세웠어.
그렇게 될 리가 없죠.
닥치는 대로 사세요.
'life > lec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는 괴로움과 즐거움 (김영하-시민자치대학-2018) (0) | 2021.08.16 |
---|---|
주류에서 벗어나 살아남는 법 (조승연-성화여고 핑거밴드 캠페인-2018) (0) | 2021.08.16 |
앞으로 멘 배낭 (최경윤-세바시-2012) (0) | 2021.08.16 |
한글, 그 가능성을 보다 (석금호-세바시-2013) (0) | 2021.08.16 |
지금 대학에서 헤매고 있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유시민-성장문답-2015) (0) | 2021.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