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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바바 마사타카 외2-2020) 본문
프리 에이전트 스타일이라는 조직 형태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직장인과 독립 프리랜서의 중간 형태이자 양쪽의 좋은 점만 골라 취한 방식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개인과 조직이 모두 당당하게 살아남고자 한 끝에
자연스레 다다른 것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가 펼쳐져 있어도 불안하다.
인생의 앞날이 불투명해도 불안하다.
어차피 불안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 낫다.
미국에서는 노동인구의 사 분의 일이 프리 에이전트라 하는데,
일본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
도쿄R부동산은 부동산 정보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다.
기존의 부동산업계와는 다른 시각에서 부동산 물건을 찾아 중개하는데,
물건은 우리가 직접 보고 경험하여 매력을 느낀 곳만 엄선한다.
개인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는데 부동산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그점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량적인 판단보다는
정성적인 감각에 따라 물건을 고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를테면 '왠지 내 취향에 맞는 분위기'이다.
우리는 도쿄R부동산이라는 미디어를 이용해 뭔가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관점을 바꾸면 이 거리도 이렇게 매력적입니다!"라고 호소하고 싶었다.
지역에서 오래된 빈 건물과 창고를 열심히 찾아다녔고,
그중에 리노베이션 하면 쓸만하겠다 싶은 물건을 무조건 사이트에 올렸다.
설비와 집기가 그대로 있는 선술집,
지하에 자리 잡은 기계실, 지진이 오면 무너질지도 모르는 주택까지 모두,
우리한테 와닿는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정성껏 한 건, 한 건 설명을 붙였다.
우리는 무엇보다 사이트 방문자가 '즐겁다',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무미건조한 정보를 그저 게재하기만 해서는 재미있을 리 없다.
그래서 쓸모 있는 정보를 모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사이트를 '편집'한다.
다시 말해 '잡지' 제작과 비슷한 작업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된다.
그래야만 한다.
'워크 스타일 1.0'은
회사가 개인의 종신 고용을 보장하고 개인은 그 안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뒤 개인은 회사에 예속되는 일없이 부업을 한다든지,
자기 역량을 키워 슈퍼 샐러리맨이 되고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여 커리어를 높여갔다.
이런 방식이 '워크스타일 2.0'이다.
이 같은 워크스타일은 모두 개인이 회사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다른 길은 독립(프리랜서)이나 창업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는데,
개인이 일을 하는 방식은 그대로여서 유감스럽게도 규모의 장점을 누릴 수가 없다.
'워크 스타일 3.0'은 일하는 방식에서 대안이 될 것이다.
회사에 고용된다는 기성 관념에서 벗어나 회사와 독립의 중간쯤에 있으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개인들이 모여 팀을 만들고 성과를 내는 방식,
즉 '프리 에이전트 스타일'이다.
도쿄R부동산은 매해 목표를 세운다.
목표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축으로 설정되는데,
- 그중 하나는 '재미'다.
(우리 경우는 전달하는 정보의 재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미있는 정보를 게재함으로써 즐겁고 재미있는 가게(사이트)가 되려 한다.
가령 지난해보다 '흥미진진한 사이트가 되기'가 목표가 되고...)
- 또 하나의 축은 '숫자'이다.
주로 매출에 관련된 숫자인데 때로는 '게재 물건의 수'로 잡기도 한다.
(목표를 위해 '무조건 팔고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목표를 숫자로 설정하고 행동한다.)
조직의 기반은 '사회를 위한 일'에 있어야 한다.
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생각은 보기보다 강해서 때로는 금전적 이익을 초월한다.
(우리의 테마를 넓게 정의하면 '취향이 있는 공간의 증식'이 된다.)
(증식시킨다는 것이 꼭 우리 손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향력이 있으면 주위로 파급되고, 누군가 모방하면서 확산된다.)
우리 같은 팀을 만드는 핵심은 콘셉트와 인재 선발에 있는데,
우리는 채용을 할 때 감성, 가치관, 소통 능력뿐 아니라
꿈의 의식 수준을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에 열심이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하면서 헤이한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결국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에 비길만한 것이 없다.)
도쿄R부동산의 사이트는 독특하다는 평판이 많다.
우리 입장에서 좋아하는 것을 늘어놓기만 했을 뿐
'OO다움'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의식한 적이 없다.
'도쿄R부동산다운' 것은 아니지만, 추진하는 편이 낫다 싶으면
'스핀 오프'로 분할하거나 다른 회사와 제휴하도록 한다.
'밀매 도쿄'는 도쿄R부동산에서 스핀 오프로 탄생한 좋은 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의 축은 사회에 대한 '영향력'에 있다.
그러려면 쓸데없이 몸집을 키우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회사를 키우려고 이런저런 물건을 대량으로 다루기 시작하면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고객은 떠날 것이다.
그런 일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한다 해도 의미가 없다.
원래 회사라는 것은 사업을 하기 위한 틀에 불과하다.
각기 다른 사업마다 운영 방식과 문화가 달라야 한다.
제대로 된 인간 사회는 가치관이 다양해야 한다.
균질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다.
다양성은 끝까지 남겨두어야 하는 가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남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평생 안심할 수 있는 자리 따위는 세상에 없다.
가장 확실한 안심은 자기 스스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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