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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타임 본문
생애 가장 시간이 안갔던 때는 단연 군시절을 꼽을 수 있다.
"아직도 시간이 이것 밖에 안 지났나.."
하루하루가 길고 질겨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마냥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한 편으론 수명이 길어진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사실
빨리 죽음에 다다르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킬링 타임용이다"
그래서 난 군 전역을 이후로 이 말이 참으로 어리석게 들리기 시작했다.
매 시간 일분 일초가 다 값져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죽인다는 섬뜩한 관용적 표현 자체에 대해 말이다.
언제부턴가는 명절 오후 고속도로가 반갑기 시작했다.
눈코 뜰 새 없이 죽음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아대는 내 시계가
속도를 늦추어 하루를 음미하는 기회를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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