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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잘 안 맞아

2e2e 2023. 9. 2. 00:52

거리에 스쳐지나가는 매력적인 사람들에게서 종종 쓸데없는 피로감을 느낀다.

"나랑 맞지 않은 면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비단 이성관계 뿐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은 절대 잘 맞을 수 없다.

잘 맞는 "부분"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을 어느정도 가릴 수 있다면

우리는 겨우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사소한 것에 다툰다는 것은

사소하지 않은 부분들이 잘 맞는다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연인과의 만남에선 대개 두 번 눈이 멀게된다.

첫 번째는 처음 만나는 때다. 사랑은 무지에 기초한다고,

아직 모르는게 너무나도 많은 이 사람을 내가 사랑씩이나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익숙해지면서 잘 맞는 부분을 망각하는 것이다.

멀쩡한 과자 한 봉지를 두고 부스러기만 바라보다

눅눅해진 과자를 통째로 버리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퍼즐 조각이 1부터 10번까지 있다면 1번, 3번, 7번이 맞는 사람을 만나다 헤어지고

다시 2번, 4번, 10번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

나와 맞는 조각 개수가 같은 사람이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운명적 서사를 부여한다.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절대값을 상상으로 덧칠하며 착시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남은 불안의 시작이다. 그리고 기적은 없다.

사람은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까지

이별이라는 탄약을 장전하고 러시안룰렛을 반복한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이상형'이라는 허구의 명사와 동일하다.

나조차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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