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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스타일을 가지는 게 옳은가? 본문
디자인은 요리처럼 일식전문가, 중식전문가 어느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는다.
디자인은 그냥 디자인이다. - 강구룡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인상적인 말이다.
당시 나의 해석은
- 편집디자이너
- 브랜드디자이너
- 영상디자이너
- UI/UX 디자이너
등 으로 나뉘는 직업군이 "주특기"일 뿐이지,
결국 디자이너라면 응당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막상 실무로 접어드니
디자이너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나마 잘 수행할 수 있는 특정 분야를 꽉 쥐고 있어야
시장에서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유지하려면 이 분야 저 분야
기웃거리는 것보다 가장 안전한 내 영역 안에서 딥다이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스페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각자의 성향에 맞게 선택할 뿐이다.
(여담 :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있노라면 디자인 시장의 다수 기업은
2개 정도 서브 스킬이 가미된 스페셜리스트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양보해서, "디자이너가 모든 디자인을 할 줄 몰라도 돼.
한 분야만 잘 하면 돼" 라고 했을 때
이미 분야까지 좁혀졌는데 거기다 또
디자이너 본인만의 스타일을 가지는 게 옳은가?
예컨대 브랜드디자이너라면,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무수히 많다.
간단히 몇 개만 나누어 본다면,
- 국가
- 기업
- 단체
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기업이라면
- 제약
- 뷰티
- F&B
가 있을 수 있고
또 뷰티라고 하면
- 스킨케어
- 색조
등 계속해서 아래로 가지를 칠 수 있는데,
나 혹은 우리 에이전시는 "기업 - 뷰티 - 색조 화장품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처럼 일종의 스타일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그래도 디자이너라면(브랜드 디자이너)
올드하든 트렌드하든, 공기업이든 IT스타트업이든,
깔끔하든 복잡하든, 그 기업 이미지에 맞게 무한한 스펙트럼으로
전개해나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실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에이전시를 보고
우리는 이미 느끼고 있다. 개인, 단체 차이 없이
그들만의 스타일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작업물 이 디자이너가 한 거 아니야?"
"이 프로젝트 이 에이전시에서 한 거 같은데?"
더 강력한 사례로 본다면 한글 레터링 김기조 디자이너, 픽토그램 함영훈 디자이너,
레트로 일러스트풍 조조 디자이너가 있다.
대중적으로 나뉘는 주특기 분야 안에서 더 세분화된 분야에 특화된 디자이너들인 것이다.
따라서 학부 시절 느꼈던 나의 생각은 사실 좀 바뀌었다.
디자이너가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는
논의할 수 없는 문제로 느껴진다.
우리 인간은 '스타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스타일의 바운더리가 상대적으로 넓은 사람, 좁은 사람이 있을 지언정 말이다.
스타일은 비단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과열된 시장 사이에서의 "생존"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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