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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가장 빠르게 느는 방법

2e2e 2024. 2. 19. 01:37

신입생 첫 학기를 마치고 교수님께서 방학 숙제를 내주셨다.

"최대만 많은 걸 보고 와라"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자이너로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낭만적이다.

 

첫 입사 후 만난 디렉터가 내게 말했다.

"보는만큼 그린다"

 

기획, 콘셉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많이 보는 것"

 

돌아보니

보는 것도 단계가 나뉘었다.

1. 눈으로 인지하는 것 (3sec)

2. 눈으로 그려보는 것 (10sec)

3. 손으로 그려보는 것 (30sec)

4. 툴로 똑같이 그려보는 것 (40min)

(단계별로 대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내가 만난 현업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디자인이 가장 빠르게 느는 방법'은

4단계, 레퍼런스를 똑같이 그려보는 방법이다.

 

좌 : 원본 / 우 : 모작

 

위 레퍼런스를 보고 보는 방법을 단계별로 예시로 든다면

1단계 : "뱀과 타입을 조합해서 엠블럼을 만들 수 있구나" (3sec)

2단계 : "뱀이 꺾이는 구간에 저런 각도로 깎여 들어가는 구나" (10sec)

3단계 : "뱀의 이빨과 타입의 세리프가 닮아있구나" (30sec)

4단계 : "메인으로 들어간 뱀의 좌우 여백을 이렇게 구성해서 채울 수 있구나" (40min)

 

실제로 4단계처럼 레퍼런스를 똑같이 그리다보면

"내가 본다고 본 게 정말 본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쉬워 보였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고,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이

꽤나 많이 발견된다.

 

 

우리가 매번 4단계로 똑같이 모작을 해볼 수 없다면,

3단계, 펜이나 연필로 눈으로 놓친 포인트를 빠르게 크로키해볼 수 있고, 손으로 그릴 여건마저 안된다면

2단계, 모작을 상상하며 눈으로 천천히 대상을 내 것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일종의 "귀찮은 것"들을 생략하고 회피하게 된다.

4단계 모작은 커녕, 1단계로 예시를 둔 "3초" 이상 보는 일도 잘 없어지게 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결국 우리는 보는만큼 그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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