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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최장순-2018) 본문
기획에는 정석도 없다.
니체는 '영원회귀'라고 말한다. 이 개념은 직역하자면,
'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을 의미한다.
시간은 순환적이고, 동일한 사건들이
동일한 순서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출근, 상사의 지적, 클라이언트의 끊이지 않는 요구,
가계 대출의 발생, 가족 문제, 취업 문제, 취업에 성공해도
여전히 반복되는 진로의 문제, 반복되는 고민과 술자리,
이직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커리어의 고민...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영원회귀'의 생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의 시대는 많은 사람들의 '있어빌리티' 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지(사진, 동영상)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버클리(George Berkeley)는
'존재는 인식되는 것'이라는 명제를 철학의 기본 원리로 설정했다.
보이지 않는(인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SNS에서는 멋지게 촬영된 책 사진이
그 사람의 독서량을 나타내고,
사진 속 멋진 이미지가 그 사람의 탁월한 안목과
앞선 스타일을 의미한다.
반대로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그의 엄청난 독서량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이 없다.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반드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만들고,
심지어 보이는 것이 그 존재를 넘어가는 세상이다.
맛도, 가격도, 서비스도 별로인데 위치도 저 구석에 있고
어떤 곳은 간판조차 없어 찾기가 쉽지도 않은데, 왜, 어떻게
사람들은 줄을 서 있게 된 거고, 그곳은 핫플레이스가 된 걸까?
내가 찾은 답 중 하나는 바로 '사진 한 컷'이다.
사람들은 SNS에 올라온 핫플레이스들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도 그곳에 가볼 생각을 한다.
'여기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여기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는 생각과 같다.
상대방의 사진을 훔쳐보는 일은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벤치마킹하는 일상적 행위다.
사진 한 컷을 제대로 기획할 줄 아는 장소는
입소문을 타기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제대로 된 사진 한 컷은 매출을 좌우하는
필수 마케팅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어느 놀이공원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의 일이다.
놀이공원 브랜드의 컨셉을 도출하기에 앞서,
놀이공원이라는 업의 본질을 파악해야만 했다.
우선 구체적이고 학술적인 작업으로
1. 놀이공원의 역사와 기원 등을 스터디했다.
2. 현재 놀이공원이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살펴야 했다.
(그 가운데 매우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식은 사진 검색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은 관람차,
혹은 꼬불꼬불한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 사진들이다.
그리고 종종 '물'이 보인다. 물리적 속성만 놓고 보면,
놀이공원의 본질은 '놀이기구'이며, 놀이공원에는
워터파크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엔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3. 교차 검색
키워드를 두 개 이상 중복해서 입력, 검색한다.
(Amusement Park, People'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사진들을 보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환호하는 사람들,
웃는 사람들, 파이팅하는 사람들, 친구의 손을 꽉 잡는 사람,
판타지 캐릭터에 키스하는 사람, 스릴을 즐기며 무서워하는 사람들,
거꾸로 매달려 중력을 거부하는 사람들, 가족과의 행복한 모습의
기념촬영 사진, 회전목마를 타며 웃고 있는 자녀의 사진,
남녀의 데이트 장면 등 놀이공원 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4. 이렇게 사진을 하나씩 묘사하면서 키워드로 요약해본다.
Exciting(신나는), Laughing(웃는), Shouting(환호성을 지르는),
Sharing Moment(순간을 공유하는), Happy(행복한), Fantasy(환상),
Moving(움직이는)...
그렇게 묘사하다 보면, 기획자의 관점과 분석의 맥락에 따라
위의 키워드들을 몇 가지로 묶어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량 어떤 관점에서는 저 모든 표현들을 'Lively(생기 넘치는)'
라는 한 단어로 요약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교차 검색을 실시하며 '놀이공원'을 가볍게 정의해본다.
해시태그는 소비 부족을 집합시키는 깃발과도 같다.
어떤 브랜드나 상품, 사람, 장소의 인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 한다면,
그 이름을 입력했을 때 해시태그가 몇 개나 나오는지 살펴보면 된다.
어떠한 사진이 천편일률적으로 많이 등장하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등장하는 사진 컷들을 보면 대세가
무엇인지, 유행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는 사진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등장할 법한 다양한 해시태그를 상상하고
입력해보는 게 필요하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검색 능력은 결국
'해시태그 연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망리단길'을 입력해보자.
사진을 눌러보며, 입력된 해시태그들을 골고루 살핀다.
한 사진을 눌러보니
'#망리단길 #먹스타그램 #카페 #술스타그램'
이 함께 나온다. 이런 해시태그가 사진마다
많이 나오는 것은 망리단길을 찾는 주 목적 중 하나가
카페, 먹거리, 술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회식은 망리단길'이라는 컨셉을 가볍게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사진에는
'#망리단길 #서울여행 #서울'
등의 태그가 동시에 나온다. 지방에서 서울 여행 할 때의
필수코스로 망리단길이 급부상했다는 의미다.
또 한 사진에는
'#망리단길 #경리단길 #성수동'
등의 키워드가 동시에 나온다. 이 세 장소가
비슷한 급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망리단길을 가는 사람들은 경리단길, 성수동에도
가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유추해볼 만 하다.
해시태그를 겹쳐보면 망리단길에 대한 133,693개의
해석을 거저 얻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조사를 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은 그 사람을 인터뷰한 기사, 그 사람이 쓴 글,
그 사람에 대한 평판 등을 블로그, 언론, 댓글, 칼럼 등
'문자의 해독'을 통해 관찰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사람과
관련된 사진을 먼저 살펴본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 사람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사진으로 먼저 살펴본다.
미스터리 쇼핑은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고
매장의 서비스 수준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레스토랑, 백화점, 카페 등을 돌며 브랜드의 철학이 얼마나
내재화되고 있는지, 종업원의 태도는 어떠한지, 물건의 진열 상태는
매장별로 어떻게 다른지, 매니저는 매장을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등
'매장에서의 브랜드 경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관찰, 평가한다.
나는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해당 브랜드 매장을 들러
가벼운 수준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해본다.
전국에 흩어진 매장 가운데 열 곳 가량을 선별해
먼저 미스터리 쇼핑을 했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힘들었지만 즐거운 여정이었다.
서울과 지방 매장에서 진열한 물건의 종류와
VMD(상품의 진열이나 촬영, 전시 등의 상태)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서울 경기권의 매장에서는 가급적 로고가 소극적으로
노출된 제품이나 가려진 제품 위주로 진열, 판매되고 있었다.
지방에서는 서울과 정반대의 상품들이 진열, 판매되고 있었다.
당시 종업원은 "여기서는 로고가 있어야 판매가 잘됩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한마디로 지방에서는 "나 명품 쓰는 사람이야"라고
과시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라는 것이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횡단보도 근처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때
행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한 적이 있었다.
실험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대에 두 차례 실시됐지만
쓰러진 사람의 복장은 상이했다.
한 번은 노숙자 복장으로 길에 쓰러져 있었고,
다른 한 번은 장교의 제복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다.
같은 사람이었는데도 행인들은 노숙자 복장의 사람에겐
다가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그가 장교 제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실험에 임했을 땐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그를 깨우고
괜찮느냐고 걱정해줬다.
보여지는 외모는 그 사람의 능력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질까지도 결정짓는 듯하다.
진짜 강남 부자들은 매우 일상적이고 편안한 옷을 입고
동네 마실가듯 명품 쇼핑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런 상황을 알고 있는 매장에서는 추리닝을 보면 더욱 깍듯이 대한다는
카더라 통신.
같은 소비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왜곡되지 않은 생생한
인스타이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운전면허가 없는데도 차를 살 것처럼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러다 어느 부부(?)로 추정되는 커플의 대화를 엿들었다.
현장에서 엿본 그남자는 SUV를 사고 싶으나,
아내는 그닥 탐탁지 않았다. 아내의 '컨펌'이 필요했다.
아내를 설득하는 남편,
"이 차 사면 우리 주말마다 여행갈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남자는 순식간에
엄청난 기획자로 변신했다.
SUV 한 대가 '가족 여행'이었다가,
'아이의 행복한 성장'이기도 했다.
그들 대화의 결론온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나에게 구매 결정력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었다.
창세기 3장 4절을 보면 뱀이 여자를 유혹해
선악과(사과)를 따 먹게 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뱀도 남자보다 여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그래서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말을 건다.
사과를 먹으면 '신처럼 지혜를 얻게 된다'고 했던 것이다.
결국 구매를 결정한다. 사과를 한입 베어 먹는 것이다.
여자를 설득하면 일이 수월하다.
그 후 창세기 기자는 자초지장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남편도 받아먹었다"라고만 기록한다.
인류 태초에도 구매 결정의 고유 권한, 컨펌의 주체는 여자였다.
몇 년 후, 모 자동차 회사의 SUV 차량의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네임, 세일즈 아이디어를 기획하게 되었다.
비록 SUV가 남자들의 장난감, 소위 어덜트 토이라고는 하지만
남자들이 이 차를 구매하고 운전하면 얼마나 좋은지 말해서는
아내를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메시지 포인트는 여자를 향해야 한다.
이 차량의 특징은 이전 SUV모델보다 트렁크가 넓어졌다는 것.
'트렁크가 넓다'고 말해야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매우 정직하고 매력없는 태도다.
우리가 타겟으로 선정한 고객군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해보니
여성들이 스토케라는 유모차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토케는 유모차계의 BMW라고 불리는 매우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유모차다. 이 유모차는 다른 일반 유모차처럼
작게 압축되거나 접히지 않는다. 사이즈도 다른 유모차에 비해 엄청 크다.
볼드한 바디감을 자랑하는 이 유모차는 아이를 태우고 가는 엄마의 표정을
보다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트렁크가 넓어졌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매력이 없었다.
우리는 '이 차에는 스토케가 들어갑니다.'라는 세일즈 토크를 제안했다.
백번 나은 멘트였다. 참고로 이 차는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1년 양산 목표의 두 배 가까이 판매 계약되었다.
무언가 거리에서 영감을 얻고 관찰하고 싶다면,
일단 차를 두고 나와야 한다. 거리를 걸어야 하니까.
그리고 되도록 이어폰은 끼지 않는다. 거리의 소음 역시 중요한 단서다.
길거리는 무정형의 오케스트라다. 그 소음들은 거리에 활력을 준다.
난 그 기운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몸에 다음과 같은 정보들을
각인시킨다. 그곳의 교통량과 배달되는 정도, 지역 사람들의 분위기,
유행하는 음악이 뭔지, 호객꾼은 어떤 기획으로 무엇을 제안하는지...
내가 망원역에서 자주 봤던 그 남성은 구두를 신고 수트를 입을 땐
매우 반듯한 걸음새였으나, 농구화와 배기팬츠를 입을 땐
껄렁껄렁한 걸음걸이였다. 신발과 옷은 단지 실용성이나 패션 아이템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옷을 입는 행위는 '태도를 입는 것'이라는 의류브랜드 베트멍(Vetement)
디자이너의 말이 생각났다.
가진 것을 알면 버릴 것이 보인다.
-줄리 모건스턴
컨택 브리프 양식 예시
고객 : 주식회사 OO
일/시/장소 : 2018.00.00 / 13:00~15:00 / LMNT COMPANY
주제 : OO 신규 브랜드 개발 건
참석자 : Client : OOO 기획팀장, OOO BX디자이너, OOO 매니저 ...
기록 : OOO
-
1. 주요 논의 사항
2. 주요 의견 사항
3. 합의 사항
4. 추후 진행 사항 및 일정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여 민주주의적 토론을 일삼으려 하는 순간
회의는 산으로 가고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런 미팅은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에나 적합하다.
크리에이티브 브리프 양식 예시
최장순 | 2017.06.10 | 공익 브랜드 나눔 커뮤니티 메아리
Project Details (프로젝트 상세)
Prepared for : 서울시
Project Name : 서울시 몽땅 깨끗한 강 캠페인
Project Manager : 최장순 / 이라영
Subject : 캠페인 프로그램 기획
Situation (상황)
-한강 수변가 무분별한 쓰레기 무단투기 급증
-한강축제 시즌 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 감소 및
근절을 위한 캠페인 필요
Campaign Objectives (캠페인 목적)
-쓰레기 투기 행위 단속 등 처벌을 통한 행동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무단투기를 금지하는 방안 모색
-환경 미화라는 계몽적 메시지보다는 즐겁고 위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필요.
-캠페인 브랜드의 가시성 창출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지속가능한 캠페인 프로그램 셋업
Project Scope (프로젝트 범위)
-캠페인 브랜드 개발
-브랜드 디자인
-캐릭터 개발
-프로그램 기획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캠페인 실행
Audience (사용자)
한강 방문 시민, 서울시민 일반
Experiential Problem (경험상의 문제들)
-무단투기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작 쓰레기를 버리려고 할 때 쓰레기통을 찾을 수가 없다.
-쓰레기를 들고 다니기 힘들다.
-멋지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쓰레기를 들고 다닐 때 모양새가 빠진다.
Actual Solution (실제 해결책)
-무단투기하지 말자는 재미있는 이벤트 기획/참여시 선물 제공
-쓰레기 버릴 수 있는 구역을 늘리고, 쓰레기 존을 고지
-쓰레기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예쁜 쓰레기 봉지 디자인
R&R (업무 역할 및 책임)
-컨셉 기획 및 전략 수립 : 메아리
-디자인 : 오픈마인드
-업무 협조 : 서울시
Due day (마감일)
-전략 및 디자인 완료 : 2017.06.30
메일 제목 작성 예시
내부 공유 메일
[프로젝트명/ 목적] 주제 + (기한)
[메일 성격] 주제
예시)
[H프로젝트/ 공유] 브랜드 전략 브리프
[H프로젝트/ 공유] 브랜드 전략 브리프 수정 사항
[공지] 연말정산 서류 작성 관련 (~2/15)
[T프로젝트] 브랜드 컨셉 평가 의견 급구
외부 공유 메일
[소속 회사 명/ 프로젝트 명] 주제 + (기한)
예시)
[LMNT/ G프로젝트] 브랜드 네임 법률 검토 의견
[LMNT/ G프로젝트] 브랜드 디자인 보고
[LMNT/ T프로젝트] 자료 요청 문의 (~3/4)
파일 이름 작성 방법
프로젝트명 + 세부 주제 + 단계 + 일자 + 파일 버전 + 작성자
예시)
H프로젝트 브랜드아이덴티티전략 1차보고 20170927 kevin
1차 수정을 거친 파일은 아래처럼 버전을 표기해준다.
예시)
H프로젝트 브랜드포티폴리오전략 1차보고서 20171120 r1 kevin
이메일과 파일 제목을 쓰는 법, 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을
자기 방식대로 체계화해두어야 한다.
여러 언어를 알게 되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할 때도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윤 창출'이라고 손쉽게 답한다.
하지만 기업(Company)이 라틴어 'com(함께, 공동의)'과
'panis(빵)'의 합성어임을 아는 사람은
'기업=빵을 함께 키워 나눠먹는 공동체'라는 정의를 얻을 수 있다.
관점은 이윤을 위한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분배'로도 확장된다.
언어를 공부하는 또 하나의 이유.
출판 시장에서 번역을 허락한 것들은 상업적으로 팔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업적 인기와 무관하게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텍스트가 더 많다. 그런 것들은 좀처럼
번역되지 않아 직접 찾아서 읽어야 한다.
남들이 제공한 지식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선 언어 능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디자인한 세계 속에 갇히게 된다.
대화는 상대의 말을 해독하는 '경청' 및 '이해'의 과정과,
나의 생각을 상대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로 암호화하여 전달하는
'말하기'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허수아비 오류'란 상대의 입장과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허수아비 명제'를 가지고 와서
그 명제를 비판하고 때리는 태도를 말한다.
A : "아! 날씨 참 맑고 쨍쨍하니 좋다!"
B : "매일 맑고 비도 안 오면 농작물이 자라기 힘들고, 우린 가뭄에
시달려 굶어 죽고 말 걸!"
그라이스의 '대화의 격률'
언어학과 사회과학 일반에서 종종 언급되는 원칙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지키면 좋을 원칙으로, 언어 철학자 폴 그라이스가 제안했다.
[Maxim of Conversation]
1. 질의 격률 (Maxim of Quality)
최고 격률 :
진실을 말하라.
하위 격률 :
거짓이라 믿는 것은 말하지 말라.
적절한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
2. 양의 격률 (Maxim of Quantity)
(현 대화 목적에) 요구되는 만큼의 정보만 제공하라.
필요 이상의 많은 정보는 주지 마라.
3. 관계의 격률 (Maxim of Relation)
관련성 있는 말을 하라.
4. 방법의 격률 (Maxim of Manner)
최고 격률 :
명쾌하게 말하라.
하위 격률 :
모호한 표현은 피하라.
중의성을 피하라.
간결하게 말하라.
논리정연하게 말하라.
전문가가 되려면 단지 많이 읽고 '들어본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지방 출장 차 서울역에 갔다가 보게 된 광고가 있다.
역사 내부에는 코카콜라의 평창 동계올림픽 스폰서십 광고가 도배돼 있었다.
'왜 평창 올림픽을 후원하는 걸까.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이 좀 나오는 건가?
투자할 만하니까 하는 거겠지?'
광고를 보던 당시 기침과 목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눈밭을 배경으로 차가운 콜라를 마시는 청년들의 이미지가 와 닿지 않았다.
'왜 하필 동계 올림픽이지? 겨울에 잘 안 마시는데...
콜라는 특성상 겨울에 매출이 잘 안 나올 거라서 오히려 더 광고를 하는 건가?'
'왜 박보검을 썼을까? 김연아는 동계 올림픽이니까 이해가 가는데,
박보검은 왜? ... 박보검은 20대부터 30대 후반 주부까지 좋아하니까
두루두루 어필할 수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김연아랑도 잘 어울리네' 등등
KTX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코카콜라 관련 기사와 자료들을 검색해봤다.
한 기사에는 코카콜라는 '2000년대 들어 주춤하더니 최근 하락세'라는 내용과
'2015년 전 세계 자사에서 관리직 1,600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본사 중심으로 직원 1,200여 명을 감원'.
'2016년 기준 코카콜라의 글로벌 직원 수는 10만 명으로,
5년 전 15만 9,000명보다 6만명 가까이 감소'라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서구에서는 비만인구를 줄이기 위해 청소년 중심으로 탄산음료 음용이
자제되고 있고... 반면 아시아에서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코카콜라의 올림픽 후원은 90년이 넘었으며,
겨울 마케팅 역시 계절음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 지속되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추론했던 내용과 겹쳐보면 코카콜라는
1. 서구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
2. 겨울 매출 감소 극복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첨언하자면 '산타클로스'의 옷 색상이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 것은
코카콜라의 겨울 마케팅 때문이었다.
어떠한 유형의 광고든 그것들은 언제나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광고는 기업의 특정 목표를 읽어내는
충분한 연습 도구가 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 쇠사슬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
자발적으로 정보제공에 동의하고, 기업의 광고에 세뇌당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주어진 생활양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트렌다'라는 미명하에
하나의 길에 대해서도 우리의 동공은
천 개의 주름을 갖고 있다.
사회와 자본은 우리를 주어진 대로 살고 교육받은 대로 생각하는
'일차원적 인간'으로 환원시킨다. 집요할 정도로 끊임없이!
그것도 매우 섬세하고 자상한 방식으로.
당사의 한 임원은 내부 회의에서 "우리는 티켓을 판매하는 회사이니
'티켓을 보관할 수첩'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한다.
나는 그 아이템이 진부하다고 답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드는
모든 선물용품에는 떡-하니 자기 회사 로고를 각인해버리는데,
어느 소비자가 그 로고 붙은 수첩을 자신 있게 들고 다니겠느냐 물었다.
세련된 2030 여성들을 타겟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맞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와 고민에 빠졌다. 가장 먼저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했다.
구글과 인스타그램에 '#ticket'이라는 태그를 이리저리 입력해봤다.
1. 외시 분석
수십 장의 사진을 쭉 넘겨 보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네일아트였다. 여성들은 티켓 사진을 찍어 올릴 때 그냥 티켓만
올리지 않았다. 자신의 손톱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듯했다.
'나 손톱까지 예쁜 여자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2. 공시 분석
티켓을 올리는 사진은 '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교양인'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그리고 티켓과 함께 등장하는 미장센은 자신의 경제력이나 고급 문화적
취향을 자랑하기에 충분하다.
외제차 엠블럼, 럭셔리 시계, 샤넬 책자를 함께 노출함으로써
자신의 고급 취향을 자랑한다. 손톱을 관리할 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나는 이렇게 그녀들의 사진 속에서
고급 취향, 미적 아름다움, 경제적 지위 등을 자랑하고픈 욕구를 발견했다.
이렇게 의미를 추출한 후에, 난 멤버십 웰컴킷 서비스로
네일아트 1회 무료 이용권을 넣자고 했다.
연회비를 내고 정기적으로 문화 공연티켓을 구매하는 VIP 회원에게는
네일아트 서비스를 제공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주면
네일아트 서비스를 받고 티켓을 들고 있는 자신의 아름다운 손을
사진 찍어 올릴 것이고, 서비스를 제공해준 회사의 브랜드와
멤버십 브랜드 네임을 해시태그로 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뮤지컬과 공연을 보러 가는 여성들의 옷차림도 살펴봤다.
그런 고급스러운 공연을 관람하러 갈 때 많은 여성들이 힐을 신는다는 걸
알게 됐다. 힐을 신고 1시간 반, 2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다니
생각만 해도 힘들었다.
그래서 '네일아트 서비스'와 함께 핸드백에도 들어가 휴대하기 좋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플랫 슈즈를 제공해주자고 했다.
기획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기다렸다. 담당자는 내부 여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지만 불행히도 의사결정권한은 50대 남성에게 있었다.
비록 초기 기획과는 다르게 진행된 프로젝트였지만
의미 있는 발견이었다.
사물이나 특정 개념을 다르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갖추는 훈련이 된다. 가령 '딸기우유'를
다르게 말해본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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