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2e
프리워커스 (모빌스 그룹-2021) 본문
회사의 성장세에 비해 개인의 성장은 둔해지기 시작했다.
정점을 찍은 곡선이 맥없이 아래를 향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작정 뛰어들어 일하던 때와 다르게
여러 절차와 관리자가 생겼다.
훨씬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했지만 반복되는 일이 많아졌고,
일 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나 일만으로 뚫리지 않는 벽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회의실에서는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오가는 대신 형식적인
보고서가 줄지었고, 그런 회의가 반복될수록 불만이 쌓였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절이 싫으니 중이 나가는 것,
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토 달지 않고 지내는 중이 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절을 바꿔보는 것.
절을 바꾸려 망치도 들어보고 톱도 들어보면서
얻은 귀한 감각이 하나 있다.
'이렇게 일할 때 일 할 맛이 난다'라는 감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일은 재밌어진다는 것.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무엇보다 컸다.
회사 탓도 해보고 내 탓도 해보면서 알게 된 건,
변한 환경 탓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좋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 마음을 힘들게 했던 건 변한 환경이라기보다
어떤 시도도 해보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였다.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무력감의 뿌리"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그러나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현재를 희생한 대가는 달콤한 자유가 아니라
그저 잃어버린 청춘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티비의 시작은 가벼운 기록이었다.
유튜브에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그런 전략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욕망을 무슨 수로 측정할 수 있을까?
우리가 썼던 방법은 '질투'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평소에 혹은 최근에 내가 질투 나는 대상은 누구였는가?
떠올리기만 해도 배가 살살 아파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자.
그 이유가 욕망의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가 배운 브랜딩이란
브랜드의 상(눈에 보이거나 마음에 그려지는 사물의 형체)
을 만드는 것이었다.
'애플'을 떠올렸을 때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표현할 수는 없어도 눈 앞에 그려지는 것들이 있다.
사과 모양의 로고부터 심플한 제품들,
광고에서 본 메시지나 분위기,
스토어에서 경험한 감정까지 수많은 것들이 합쳐져서
애플의 상을 만든다.
그 상을 만들어내는 핵심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즉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브랜드의 인상을 만드는 데 시각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첫 인상이 외모로 좌우되기도 하듯
브랜드도 로고나 컬러와 같은 그래픽 요소들이
브랜드의 상을 만들어내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 사람을 만드는 게 외모뿐만은 아니지 않는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외모만으로도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가진 성격과 개성, 가치관,
즉 그 사람의 '캐릭터'를 알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을 떠올려 보자.
그 친구를 왜 좋아하는가?
흠잡을 데 없이 장점만 있어서 친해진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어떤 부분은 모났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게 그 사람의 캐릭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아닐 테지만
당신에게는 선택을 받았고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왔다.
이런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딩이었다.
무언가를 산다는 건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모춘이 우리 브랜드가 가수 쿨의 <애상> 같은 느낌이길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남자가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내용이다.
하지만 그 껍데기는 발랄한 댄스 음악이다.
일 역시 우리에게 때때로 슬픔을 주지만
우리는 그것이 쿨의 노래처럼, 리듬감 있는 슬픔이길 바랐다.
"비관은 기분이지만 낙관은 의지다."
-알랭
라인에 다닐 때 상사분이 종종 하던 말씀이 있었다.
'수영장 이야기'라면서 들려주시곤 했는데,
일을 할 때 수영장 바닥 끝까지 내려가서
동전을 주워 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동전을 주워 오는가 하면
얕은 수심에서만 헤엄치는 사람이 있다고.
업무가 주어질 때마다 스스로
'수영장 바닥까지 내려갔는가?'를 질문했고,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완성도의 기준이 됐다.
딥다이버(Deep Diver)
"일부러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왜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야 되고,
다른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비비안 웨스트우드(패션 디자이너)
스티브 잡스가 그 유명한
'Think Different' 광고에서 말했듯
세상을 바꾸는 건 언제나 미친 자들(The Crazy Ones)이다.
부적응자들, 반역자들, 말썽꾼들...
스티브 잡스는 해군이 아닌 해적이 되자고 말한다.
눈치 보느라 무미건조하게 사느니
미움받더라도 뚜렷하게 사는 편이 낫다.
우리는 서로 쓴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감 떨어졌다', '느끼하다', '나라면 안 사겠다'
와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
그냥 별로라고 해도 될 것을 왜 별로인지에 대해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상대를 주눅 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알기에,
귀가 따가워도 참고 듣는다.
누군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리스크가 될 거라 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해 본 바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았다.
아무리 실력 있는 가수라 하더라도
이들이 왜 좋은지 외치는 사람 없이는
재야의 고수로만 남을 뿐이다.
'보랏빛 수영장' 이야기를 떠올린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에 실린 이야기다.
도난 방지용 염색약이란 게 있는데,
가루 형태로 팔리는 이 염색약은 효과가 강력해서
한 스푼으로도 수영장 전체를
보라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한 스푼을 바다에 넣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이 사례를 들어 바다 대신 수영장을 찾으라고 말한다.
무리해서 바다를 물들이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수영장을 보랏빛으로 만들고,
또 다른 수영장 혹은 더 큰 수영장으로 넓혀가라는 것이다.
세스 고딘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것을 대표"해야 하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오만에서 벗어나면
모든 일이 수월해진다."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잘못된 질문이라고 말한다.
정답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원한다."라는 것이다.
평생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일보다 운동하는 것 혹은 술마시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고,
일이 놀이인 사람도 있는가 하면 고역인 사람도 있으며,
일에 대한 마음이 때에 따라 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바다를 물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모든 사람이 아니다. 그저 충분한 사람이면 된다."
-세스 고딘
짝퉁 해프닝을 수차례 겪으면서 우리는
'반복'의 필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반복이야말로 틀림없는 것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갈급함으로 언제나 다른 것,
신선한 것만을 만들어내려고 했는데
그보다 중요한 건 이미 갖고 있는 우리의 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팬을 모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봤다.
곰곰이 되짚어 보면 중요한 시그널이 있었다.
'나만 알고 싶다'라는 구독자의 반응.
나만 알고 싶다는 건 남들이 따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를 표현하는 무언가를 남들 역시 알거나 사용한다면
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를 나만 알고 싶다는 건 그 브랜드가
기능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되면
빠른 시간 안에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나만 알고 싶은 걸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
(사람들이 모베러웍스나 모티비에 대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글들을 찾아보면 나만 알고 싶지만 공유한다는 내용이 많다.)
'어떻게 팬을 모을까'
생각하기 앞서 만들고 있는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나만 알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지 먼저 점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분명 당신이 만든 그것을
누구보다 좋아해 주는 팬을 만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세상은 너무나 열려 있고 열린 세상에서는 나눌수록 얻는다.
"공유하고 나누는 사람의 최종 이익이 커진다."
-야마구치 슈 <뉴타입의 시대>
한 번씩 현타가 온다.
대화하는 자리에서 충분히 영감을 얻고 소화했는데,
이걸 굳이 보기 좋게 편집하고 자막까지 달아서 나눌 필요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그럴 필요가 있다.
우리가 나이팅게일처럼 모든 걸 나눠주고 싶어서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노력을 쏟은 만큼 돌아와서다.
'청소놀래기'라는 작은 물고기는 이 메커니즘을 잘 설명해 준다.
몸집이 작은 청소놀래기는 덩치가 큰 물고기들의 몸을 깨끗이 청소한다.
아가미덮개 밑으로 파고들어 온갖 이물질을 제거하고,
입속에 들어가 치아 사이사이까지 스케일링하듯 씻어준다고.
재미있는 점은 이런 이유로 큰 물고기들이 청소놀래기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거다.
그냥 한입에 꿀꺽할 수 있을 만한 작은 물고기에게 받는 도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우리는 '어떤 걸 만들어서 보여줄까?'보다
'어떻게 하면 같이 재미있게 놀까?'를 생각한다.
"완벽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모든 것엔 틈이 있답니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오죠."
-레너드 코헨(가수/시인)
빈틈을 보여주기 전에는 빈틈으로 물이 샐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괜한 걱정일 뿐이었던 것 같다.
빈틈을 통해서 바람도 솔솔 통하고 빛도 들어왔다.
이제는 캄캄한 어둠이 두렵지만은 않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 빈틈으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자.
우리 팀 중에는 그 누구도
꽉 찬 정육각형 스탯을 가진 사람이 없다.
각자의 스탯은 모두 어느 한 방향으로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스탯을 모아 포개면 육각형의 모양이 달라진다.
정육각형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다.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일이 생각보다
'담당자의 사심'에 의해 크게 움직이는 걸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회사의 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담당자 한 사람의 판단이 일을 끌어가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으레' 하는 것들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주변에서 다 하니까
의심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꽤 오랜 기간 동안 대다수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일했다.
하지만 스스로 의심을 품고 질문하기 시작하자
보이지 않던 가치들이 보였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대기업만이 나를 성장하게 하나?'
'디자이너는 그림만 그리는 사람인가?'
'브랜드는 꼭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하나?'
'굳이 일주일에 다섯 번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나?'
'점심시간 말고 걷는 시간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꼭 직급을 붙여야 하나?'
'회사에서 정해준 직종으로만 살아야 하나?'
이런 끝없는 의심과 질문들이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도록 이끌었다.
우리 역시 관성대로, 혹은 남들이 하는 대로 일하곤 하지만
중요한 건 항상 의심하고 질문하는 태도다.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물음표를 붙여보자.
당장 대답할 수 없는 물음도 있을 테고
더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물음도 있겠지만 괜찮다.
그 물음들에 정답이란 없다.
부딪혀 보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
어쩌면 브랜드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건
'더 나은 일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는 우리게에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다.
돈을 위한 일은 '고정비를 충당하는 정도로만' 하자는 생각을 한다.
사무실 운영비나 월급과 같이 매달 나가는 고정비는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는 돈이다.
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을 따지기란 어렵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정도를 넘어가는 순간
우리 자신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회사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퇴사했는데,
회사 상사보다 더 눈치를 보면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습이란...
불쌍하고도 구렸다.
모티비와 함께한 지난 시간 동안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 기억이 영상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이다.
분명 훨씬 많은 일들이 벌어졌는데,
머릿속에는 편집된 이야기만 남아 있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일은 곧잘 흩어지고,
영상으로 내보낸 기억은 훨씬 선명해진다.
이것은 '어떤 기억을 남길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김세일 (애플코리아 디자인 디렉터)
'내 거를 과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잖아요?
무조건 있어요. 많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꾸준히 갖고 가면 통해요.
요즘 유행이라고 해서 따라 하거나, 잘하는 부분이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하면 이도 저도 아닌 개나 걸이 되는 거고요.
코어(core)한 게 되게 중요해요. 어차피 유니클로처럼 '모'로 못 갈 바에는.
Q.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의 방식이 '느슨한 연대'라는 건데요.
이건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A. 장점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거.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누군가 백업이 되니까.
나의 능력치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해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요.
단점은 매니지먼트. 생각보다 잘 안 될 거예요.
본인 마음처럼 잘 안 돌아가.
이렇게 조합해서 딱, 하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내 생각만큼 잘 안 해줘.
그랬을 때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디자인은 원래 없는 걸 만든다기보다 여러 가지 있던 것들을
새롭게 보이거나 효과적으로 보이게끔 트레이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다시 후배들의 나이로 돌아간다면 디자인 말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 더 배울 것 같아요. 재테크나 부동산 같은.
김경동 (라인프렌즈 부사장)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공식이 없고,
네 거니까 소신을 갖고 만들어가면 돼.
Q. 어제도 하루 종일 택배 싸다가 그냥 다 보내버렸어요.
A. 그렇게 된다니까.
너는 원래 해야 될 일이 있는데 못 하게 되는 날이 와.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어느 순간 운영자가 되어 있어.
그러면 앞뒤가 바뀌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거든.
되도록 인력을 쓰고, 부는 초반에 분배하면서 가야 돼.
그래야 빨리 키울 수 있고 더 큰돈을 벌 수 있어.
돈 벌었다고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초반에 나누면서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만들라는 거지.
Q. 휴식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일하다 보면 쉴 시간이 없더라고요.
A. 휴식이 뭐가 있어.
그냥 지금이 일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근데 결국 휴식이 언젠지 아니?
내가 만든 게 수출이 되고 품절사태가 계속 일어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날.
보람이 휴식인 거야.
왜 내가 그게 휴식이라고 말하냐면,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됐다고 생각해 봐.
그러고 휴가를 갔어. 그게 휴식이겠냐.
돈도 없고, 재고는 많이 쌓였고,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그 와중에 쉰다고 쉬어지겠냐는 거지.
불편한 마음만 더 쌓일걸? 그 상황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지지리 궁상이지. '일하는 시기다' 생각하고 할 거면 확실히 해,
그러면 휴식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전은경 (월간디자인 편집장)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어떤 일이 다른 일로 연결되고,
또 우연히 새로운 기회가 열리면서 이렇게 됐어."라고 말하더라고요.
'우연의 힘'이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획적인 우연' 같기도 해요.
계획해서 일했기 때문에 나머지 우연들이 굴러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연의 힘을 믿고 일단 시작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은아 (페이스북 코리아 글로벌 비즈니스 마케팅 상무)
사람들은 만진 것의 1퍼센트,
들은 것의 2퍼센트,
본 것의 5퍼센트,
맛본 것의 15퍼센트,
맡은 것의 35퍼센트를 기억한대요.
여태까지의 브랜딩이 주로 시각만을 활용했다면
거기에 감각을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연필 가게가 있는데요,
거기 가면 몯느 걸 일일이 손으로 쓰세요.
포장할 때도 연필을 하나하나 싸고, 마스킹 테이프로 붙여줘요.
그냥 연필을 받는 게 아니라 종이의 사각거림을 받고,
그걸 뜯어내면서 종이에서 나는 냄새도 맡고...
그 모든 게 좋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저는 스몰 브랜드들이 이런 경험을 줌으로써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인성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팅 상무)
Q. 사람을 뽑으실 때 어떤 걸 보세요?
A. 첫 번째, 우리 브랜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
두 번째, 성장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더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하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잘하고 싶을 때 생기거든요.
스스로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언젠가 유능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지금은 유능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게 될 거예요.
Q. 팀원으로서 매력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능력이 중요할까요?
A. 매력도 능력 중에 하나이긴 해요.
매력이 없다는 건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 대해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일 수 있어요.
매력이라 함은 '저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까 좋다'라는 느낌이 와야 되는 건데,
그 느낌은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나오거든요.
그래서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협업도 잘돼요.
혼자 일할 때는 능력만 있어도 되지만 여러 사람이 협력해야 하는 일이라면
매력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실패가 디폴트라는 걸 계속해서 얘기해요.
실패가 디폴트인 회사에서는 누군가의 잘못으로 문책하지 않고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요.
실패가 당연한 거니 관대할 수 있는 거죠.
네 일, 내 일 나누지 않고 끼어들어서 말하기도 쉽고요.
실패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우리의 잘못이 되고,
시스템이나 문화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요.
이런 문화에서 팀 스피릿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참견할 수 있는지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상사지만 제 말에 모두 따라오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요.
맞고 틀리다고 말하는 순간 아무도 얘기를 못해요.
누구나 끼어들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죠.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실패가 디폴트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있어서도 당연히 구멍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해요.
그러다 보니 구멍에 대해 말하는 것도 스스럼없고요.
처음에는 참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개인을 향한 지적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면
금세 적응해요. 개인이 아닌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거니까요.
'우리가 하고 싶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머리와 마음을 모아야 돼요.
그러려면 마케터가 디자이너한테, 디자이너가 개발자한테
서슴없이 참견할 수 있어야 되고요.
김태경 (어반북스 편집장)
우리가 하는 일들은 안정화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걸 원하는 게 아이러니한거죠.
불안이 디폴트거든요.
Q. 불안하실 땐 어떻게 하세요?
A. 불안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기보다
좋은 텐션으로 느껴지게끔 트레이닝하려고 해요.
걱정에 사로잡히기보다 불안하니까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하면서 좋은 쪽으로 연결 지으려고 하는 거죠.
Q. 많은 일들 속에서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A. 에너지를 일하는 데 다 쏟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다음을 위한 안배를 하는 거지. 모든 걸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소진하는 게 어느 순간 부질없다고 느꼈어요.
저는 혼자 일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잖아요.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쉽게 지치는 것 같아요.
김재원 (오르에르 대표)
Q. 감각과 감도는 타고나는 건가요.
A. 저는 감각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이 사보고 해봐야 생기는 거 같아요.
많이 사보면 내 취향인지 아닌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거든요.
하나 사보고 취향이라고 얘기하긴 어려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진짜 돈 많이 썼어요.
제일 좋은 걸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 과정을 즐겨요.
그리고 나서 제일 상위의 것을 사는 방식으로 소비를 해요.
'design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 (사토 오오키-2016) (0) | 2023.06.19 |
---|---|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2018) (2) | 2022.09.25 |
실리콘밸리식 팀장 수업-팀장의 탄생 (줄리 주오-2020) (0) | 2022.06.26 |
회사에서 티 나게 딴짓하기 (원성준-2016) (0) | 2022.01.26 |
사람, 디자인, 브랜드 (큐리-2021)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