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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에이전시 - 인재상의 오류 본문
(2021.01.04)
“너의 생각은 어떻니?”
Episode1 — 신입사원의 발언권
첫 직장
첫 회의 때의 일이다.
‘내 의견을 말해도 될까,
회의에서 침묵은 무임승차라고 하던데… … .’
그 때 내게 첫 질문이 들어왔다.
(A : 상급자 / M : 나)
A “너의 생각은 어떻니?”
M “네, 저는 이러한 이유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합니다.”
A “아니 틀렸어, 너의 그 생각은 절대 불가능해!”
차분한 대답치고 돌아온 반론은 한여름 아래 가장 높이 달린 사과였고
이를 계기로 나는 이른바 ‘찍히고’ 말았다.
‘아 그냥 말하지 말 걸… … .’
퇴근길을 자책으로 메웠으나,
그날로 나는 회의실 속의 화초가 되었다.
의문1. 이견을 가진 신입사원의 발언은 올바르지 못한 행위인가?
정리. 직급은 책임의 무게에 불과하다. 정말로 확신한다면 직급이 아닌 근거로 설득을 시켜보이라.
Episode2 — 맞춤형 인형탈
사무실의 분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조용했다.
(언제부턴간 키보드 소리만으로 상사의
쇼핑창과 야구중계창이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고요함 속에 암순응 해갈 때 즈음
나로선 뜻밖의 질문을 듣게 되었다.
“너는 원래 그렇게 조용하니?”
나는 조용한 성향이라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충분한 대답이 되지 못 하였는지
이 질문은 조금씩 변형되어 돌아왔다.
“너는 왜 그렇게 조용하니?”
오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본인 피셜)
그는 사내의 악역이 되는 것을 싫어했고,
어느정도 돌려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기를 원하였던 것이다.
“막내가 좀 생긋생긋하게 분위기도 좀 띄울 줄 알아야지.”
대게의 기업이 원하는 형용사, ‘밝은’
“모든 사람의 일생은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다.”
취업의 문 앞에선 헤밍웨이 또한 4차선 도로로 진입해야 할 것이다.
의문2.각 개개인의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밝고 유쾌한’ 척 콘테스트를
여는 것이 채용의 등용문이며, 사원으로서의 자격 요건인가
정리. 바꾸어야 할 것은 근로자의 성격이 아니라 고용자의 시각이다. 100%를 기대하지 말라.
죽고 못 살아 결혼이라는 제도권에 들어오는 부부의 이혼율을 보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 그것이다. 만족할 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끝 없는 것.다시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바꾸어야 할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업무, 태도, 프로세스가 아닌 ‘성격’에 국한하여)
Episode3 — 채 잃은 장구
또 한 명의 B상급자는
사무실은 물론 점심식사 자리에서 역시
‘사적인 대화’를 극도로 싫어했다.
EP.2 속의 상급자가 말한 그 ‘분위기’라는 것을 띄우기 위해서라면
아니, 최소한 말 수라도 늘리기 위해서라면
논문을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 없는 대화’를 꺼내야 할 터인데
주말에 조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아들이 시험을 몇 점 맞았는지, 아니
하물며 오늘 날씨가 참 좋다는 말에도
“그래서 어쩌라고”로 화답하던 사람.
사무실에서 생긋생긋 분위기는 고사하고
내가 ‘말’을 하기 위해선 B상급자가 휴가를 간 날이거나,
사적이지 않은 이야기 주제를 골똘히 생각하여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 각도처럼 뜬금없지 않게 운을 띄워야 했다.
운전 면허는 1종 보통 뿐이라 이들 사이에 나는 말을 버벅거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드리블 되었다.
의문3. 상급자이자 임원진이었던 세 분은 어떻게 함께 일을 하고 계신 지 신기할 정도로 매우 성향이 달랐다.
서로가 맞지 않는 대다수의 면을 외면하고 마치 발레하듯, 엄지발가락 끝으로 걷는듯한 위태로움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것 또한 그들에게 진정으로 궁금한 점이다. 이곳이 원하는 인재상은 찰흙이 되어 세 개의 열쇠모양을 초 단위로
조각할 줄 아는 사람인가.
정리. 의문2와 같은 맥락이나, 각자의 터무니 없는 일방적인 취향은 소각하시고,
부디 각 개개인 인간으로서 존중의 시각으로 바라봐 주시길.
Episode4 — 한 명을 위한 내규
최종 ‘면접’
출근을 결정하고 내게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
“우리 회사는 근태가 제일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 5분, 10분은 늦을 수 있겠지만 반복 되다보면…”
“예고 없이 당신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죠?”
나는 약 1년 동안 그가 정시 출근 한 날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하였다.
충분히 이해 한다. 안 나와도 좋다.
다만 근태가 가장 중요한 기업 가치관이란 말을
왜 하였는지 묻고 싶다.
10 to 7, 한 명 뿐인 사원인 내게만 해당되는 규정이었다.
(출근 후 홀로 점심을 먹고 와서도 혼자 였던 적이 종종 있었다.)
복장 : 자율복장
내근 위주의 디자인 에이전시 업계는 대게
자율 복장이다. 이곳 또한, 상급자 B의
적나라한 다리털이 드러난 반바지와
눌러쓴 모자를 보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급자 A는 내게 ‘이왕이면’과 ‘기왕이면’,
‘이직을 한 후에 너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를 거쳐
자율적이지 않은 복장을 강요했다.
“상황이 거꾸로 된 거야. 내가 너한테 제발
옷 좀 편하게 입으라고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맞다고.”
당신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지난 수 년간 거쳐온 직원들의 장점만 옮겨담은
상상 속 인물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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