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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에이전시 - 시안 선정의 기준 본문
(2020.07.20)
“이 시안으로 결정하자.”
브랜드 에이전시에 1년간 일하며 매번 생기는 의문이 있었다.
‘어떤 결정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 것일까?’
Q.
시안이 결정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A.
디렉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가 부여되면
디자이너들은 내부 리뷰 때마다 작은 비딩을 연다.
저마다 가로 297mm 세로 210mm, 동등하게 주어진 용지를
벽에 채우고 디렉터를 향해 각자의 시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 시안 설명이 끝난 뒤부터다.
주렁주렁 맺힌 시안들 사이로
최고 계급자 먼저 운을 뗀다.
(숫자 : 계급 순)
1 “A, B 안이 괜찮네.”
2 “저는 A, C 안이 괜찮아요.”
1 “그럼 A, B, C가 좋겠군.”
3 “저는 D안이 가장 좋은데요.”
2 “그러고보니 D안도 괜찮네요.”
1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C빼고 A, B, D로 가시죠.”
4 “…”
5 “…”
장소를 마트로 옮겨보자.
생선을 사러 온 어머니, 고등어 한 손 장바구니에 넣으려던 찰나
가게 주인이 호기롭게 갈치를 들어 올리며 막아선다.
가게 주인 “오늘 또 고등어 사시려고요?”
어머니 “네~ 무난하잖아요.”
가게 주인 “오늘은 갈치도 한 번 보세요, 방금 들어왔거든요.”
어머니 “어, 정말이네요 오늘은 갈치 두 마리 주세요.”
툭 뱉은 말 한 마디에 묻혀있던 존재감이 드러난다.
즉 회의에서의 발언권은 시안 선택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디렉터가 결정을 함에 있어 특정 인물의 의견에 편향되지 않도록
비중에 주의하여야 함을 느꼈다.
1. 회의실에서 대표와 신입의 발언권이 동등해야 한다.
Q.
과연 한 개인이 결정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A.
결정자가 아닌 진행자다.
디렉터는 사람이다. 사람은 각자의 취향이 존재한다.
디자이너 또한 시안에 각자의 취향이 묻어나있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비단 개개인 뿐만이 아니다. 에이전시 또한 그들만의 컬러가 존재한다.
예컨대 ‘XX에이전시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1년, 3년, 5년 함께 해나가는 팀이라면
그 성향(타협점)이 더욱 짙어질 터다.
개성은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개인은 물론 다수 또한 그 구성원이 바뀌지 않는 한
시각적 비주얼은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때 비주얼은 퀄리티가 아닌 개성.)
차라리 이 한계점은 빠르게 인정하고
비주얼이 아닌 아이디어로 결정되어야 한다.
퇴사 한 달 전쯤의 일이다.
내가 낸 시안이 모두 떨어졌고, 사수가 내게 말했다.
사수 “네 시안이 왜 떨어진다고 생각해?”
나 “별로라서 떨어진 것 같아요..”
사수 “비주얼이 아니라 이 안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야.”
리뷰라는 나의 작은 비딩에서 나와 경쟁자의 경력 차이는 10년 이상이 났다.
평소 10개의 시안을 내었다면, 이번 리뷰에는 5개의 시안을 냈고,
그 중 가장 자신있는 안 하나를 비주얼적으로 포장해 꼭 팔고싶었다. (응용 시뮬레이션)
결과는 정작 쉽게 흔들려 빠질 뿌리를 두고 줄기만 길게 뽑은 것이었고,
맥없이 쓰러졌다. 이를 본 내게 사수는 퇴사 전 마지막 피드백을 남겨주었다.
“시안은 비주얼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는 단계다.”
“네 시안이 되어야 겠다는 욕심을 버려봐,
시안 하나를 다듬을 시간에 다른 아이디어 하나 더 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비주얼이 아니라 가능성을 고르는 선택.
취향과 개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간으로서
그나마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 느껴졌다.
최고 디렉터가 내게 했던 말이 있다.
“나는 리뷰 때 같이 시안을 내고 싶지 않아, 내 시안이 좋아보이거든.”
“그래서 디렉팅 하는 데 방해가 돼.”
다수결의 원칙 하에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디자이너에게도
시안 선택의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과연 모두가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시각을 최대한 객관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가정을 둔다 한들, 본인이 본인의 시안에 투표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며 또한 선배 디자이너의 시안을 적절히 투표해야하는 눈치가 보이지 않을까.
따라서 분리된 제 3자, 디렉터가 진행하는 포지션이 가장 안정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과 전제는
2. 디자이너는 각자의 시안만, 적절히 분배된 발언권 안에서 판매한다.
3. 타인의 시안은 구매자로, 본인의 시안은 판매자로 질의응답한다.
4. 이 사이클을 반복하여 디렉터는 프로젝트에 가장 가까운 아이디어를 건져낸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이고, 정답이 아니다.”
근무 당시, 회의를 할 때면 모든 구성원이 이를 단골 전제 조건으로 두었다.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을 뿐이다.
1. 회의실에서 대표와 신입의 발언권이 동등해야 한다.
2. 디자이너는 각자의 시안만 적절히 분배된 발언권 안에서 판매한다.
3. 타인의 시안은 구매자로, 본인의 시안은 판매자로 질의응답한다.
4. 디렉터는 프로젝트에 가장 가까운 비주얼 아이디어를 건져낸다.
(디자인 비주얼 디벨롭은 그 이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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