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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019) 본문
2015.02~2019.01
경영자가 될 것인가,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18년 어느 어스름한 저녁, 딱딱한 구두에 구겨놓은 발이 지하철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눈감고 기대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날은 떨리는 손에 명함과 포트폴리오를 쥐고
하루종일 발품을 팔았던 날이다. 그것은 좌절이 아니었다, 건강한 물음이었다.
나는 반응을 보인 곳이 아니라, 내가 찾아간 곳에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인 기간을 더해 어언 4년에 가까운 시간.
나는 계획과 전혀 다른 길로 발견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기적이었다.
우여곡절의 산증인이 된 2018년 12월.
나의 기적은
첫째,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둘째, 그것으로 돈을 받기 시작했다.
셋째,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림 못 그리는 비실기전형 미대생의 열등감과
캘리그라피를 팔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두에 던진 질문처럼 창업은 경영이었다.
캘리그라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캘리그라피 외적인 비중이 훨씬 컸다.
큰 단락으로 나열한다면 세법, 영업, 마케팅.
일보다 일을 따내기 위한 과정들이 더욱 중요했다.
2015년 5월 7일 대학교 점심시간, 벤치 위에 어버이날 엽서를 깔아 놓고
같은 신분의 학생들을 붙잡기도 했고, 학교 주변 개인 사업주들의 상호명을
캘리그라피 엽서로 만들어 명함과 돌리기도 했다.
로고 작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간판 가게를 노리자는 생각에
네이버 지도를 따라 무작정 문을 두드렸고,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센터, 백화점을 찾아가선 수업을 시켜달라 호소했다.
대학교는 영업인들의 필수 코스였는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잡상인이 되어 쫓겨났다.
시작은 실패의 두려움이었으나, 끝은 시도의 성취감이었다.
역시나 결과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 하지는 않았다.
재미있었고, 스스로가 대견히 여겨지기도 했다.
CEO가 될 것이란 사춘기 시절의 꿈은, 본질을 잃어버린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걸 느꼈고 나의 답은 디자이너다.
감성붓은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나'라는 인물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발견한
특별한 브랜딩 경험이었고, 2019년을 출발하는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가식은 드러나고 진심은 통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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