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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2018) 본문
2015.03~2018.10
군을 전역하면서 완전한 독립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선적으로 경제적 독립이 되어야 했고,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 또한 있었기에
알바천국에서 가장 높은 페이의 주말 알바를 검색했다.
"돌잔치 결혼식 사회자 구합니다."
일당이 무려 10만원이었다. 한 달을 꼬박 채우면 80만원이나 되는 것이었다.
고되고 힘든 일에는 자신 있었으나 이 일은 천부적인 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망설여졌지만, 구인 소개글에 가장 강조되는 문구가 보였다.
"타고나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고민 끝에 전화를 했다.
"알바천국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사무실은 간판 하나 없는 상가의 4층이었다.
3층 즈음 올라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웅웅 거렸다.
주말 알바를 하기 위해선 평일 주 2회 교육을 받아야 했고,
면접은 연습날 이루어진 것이다.
"안녕하세요"
사무실엔 몇몇 나의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내 구석진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고, 그는 나의 팀장이었다.
한 살이 더 많은, 전형적으로 끼가 많아 보이는 남자였지만,
존중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스브레이킹이라 했던가, 일 이야기보단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대화를 했고, 기본적인 진행 멘트를 리딩했다.
'아 무언가를 정말 배울 수 있는 곳이구나.'
마음이 편해졌고, 어느덧 연습시간은 막을 향했다.
10분쯤 남았을까, 나의 팀장은 큰 거울이 있는 쪽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갑작스레 춤을 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춤이요..?"
"아 그냥 율동 정도예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 이런 일을 하면 대중 앞에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며 그의 시범 동작을 기다렸다.
전주까지는 율동이었다. 하지만 테이프가 감기는 효과음이 들리더니
다른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팀장 또한 돌변해서
팔다리를 허공에 쭉쭉 뻗기 시작했다. 축하한다는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말이다.
척추가 금세 식은땀으로 가득 찼다.
"자 한 번 따라해보세요."
어색한 표정과 어색한 동작, 시뻘개진 얼굴은 통유리에 적나라하게 비추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리면 더 큰 기지가 발휘되는 것처럼
오히려 더 큰 동작, 더 큰 목소리로 지옥의 1분 30초를 셌다.
"다음 주부터 바로 현장으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혼미해진 정신으로 집에 가려던 찰나 팀장이 나를 옥상 계단으로 따로 불렀다.
"재진아 힘들지?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 처음엔 다 힘들고 어색해했는데,
그 처음만 이겨내면 괜찮아. 끼가 많다고 해서 더 잘하는 것 못 봤고,
끼가 없다고 해서 더 못하는 것도 못봤다. 너가 하고자하는 마음만 있으면
무조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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