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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상과 사토상 (2026) 본문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
여자친구는 종종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럼 그 사람한테 가야지.”
내가 여자친구를 좋아했던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지하철에 자리가 나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잽싸게 자리에 앉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불필요하게 손해보지 않고 자기 것을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눈치보며 우물쭈물대는, 내게는 없는 그런 면이 좋았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엔 연애 공백기가 길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배경이나 형편. 그 여건이라는 것이 중요했지만 욕심을 낸 거다.
만난지 두어달 된 즈음 여자친구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두평짜리 고시원 집을 기여코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둘이서도 충분히 잘 수 있겠네”
예의상으로 했을 말일 지언정,
나는 세상이 내게 모질게 대했던 모든 시간들이 기억 속에 사라졌다.
항상 강아지처럼 달려와 안기는 딸같은 여자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기를 바랐다.
어떻게든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지만,
그동안에 쌓인 정때문에,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는 문을 닫고
나의 궁핍한 일상에 얽메이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는 더 좋은 환경으로 발을 내딛기 위해 함께 이직을 준비했고,
나는 1차 인터뷰 탈락, 여자친구는 최종 합격을 했다.
결과가 나왔던 주말에 여자친구는 부모님과의 통화에서 합격한 기업의 복지를 기쁘게 이야기했다.
한 음절 한 음절이 살을 파고들었다. 축하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몸 깊숙이 자리잡은 부위 하나가
썩어들어가는게 느껴졌다. 같은 직군이었던 여자친구는 나보다 경력이 낮았지만,
내 연봉보다 높은 희망 연봉을 썼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직감했다.
나를 떠나겠구나. 내 옆에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졌다. 그로부터 2주 뒤 우리는 헤어졌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 이런 점들이 싫었고, 이런 부분이 잘 맞지 않았고,
연애 초부터 그어져 3년동안 이어지지 못한 평행선도 있었겠지.
그래. 나는, 나를 떠나는 날에도 내게 미안함 없이
더 좋은 문을 열고 나가는 여자친구의 그 모습이 좋아서 만났었지.
다행이다. 너는 우리 엄마와 참 많이 닮았지만 우리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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