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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2025) 본문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도 종종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아마 어린이집을 다니던 때였을 것이다. 작은 주택집 세 들어 살던
우리 네 가족은 생각보다 화목했다. 아버지는 다리에 나를 앉히시고는
벽에 걸린 달력을 가리키며 오늘은 며칠이고, 이 숫자가 되는 날이 며칠인데, 이 날짜가 오면 동물원에 가자고 했다.
로봇 만화보다 동물의 왕국을 더 좋아했던 나는 방방 뛰어다녔다. 설렘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매일매일 아버지께 오늘은 며칠이냐, 이 날짜는 언제 오냐며 다그쳤지만, 하필 동물원을 가기로 한 그날
태풍이 불었다. 나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그래도 가자, 우산 쓰면 되지 않느냐, 목놓아 울었지만
나는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방 안에 쭈그리고 앉아 남은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며
창문 밖에 떨어지는 비를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이젠 웬만한 일들에 무덤덤해질 나이가 된 것도 같은데,
가벼운 민망함에도 나는 아직 얼굴이 붉어진다. 그럴 때면 내가 아직도 자라는 중이라는 걸 깨닫는다.
자라난 만큼 아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때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었다.
20년을 살면 20년 만큼, 30년을 살면 30년 만큼. 더 살았다고 해서 적응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굳은 딱지 위로 또 슬프고, 수치스러운 일들이 긁어 잡아뗐다.
그러고 보니 세상 사람들이 좀 쓸쓸해 보인다.
모두가 자라난 틈 사이사이에 슬픔으로 가득 메워져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숨이 막힐 정도로 더 끔찍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꽤 오랫동안 이런 삶의 패턴은 지옥과 유사하고,
그래서 사람으로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자살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어린 눈을 보고 나니,
내 삶은 몰라도, 그의 삶은 좀 덜 외롭게, 좀 덜 부끄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졌다. 감기 조심하라거나, 괜찮다는 말 한마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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