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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2025) 본문
어린 시절 스승의 집에서 본 소녀 시절 모습은 어렴풋이 남아 있으면서도
20대 후반의 어른스러운 명량함이 선명하게 배어나
도이치의 눈동자 안쪽부터 눈꺼풀 뒤쪽까지 그녀의 색으로 가득 찼다.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그 뒤 다른 독일인에게 "괴테가 말하기를"을 몇 번 시도해봤으나
모두가 "넌 나보다 독일을 잘 아는구나" 하며 칭찬만 할 뿐
전혀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니 역시 그건 독일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 아니라
요한이 지어낸 농담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괴테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뒤,
당연히 도이치는 학생이나 동료 학자, 괴테를 좋아하는 일반인과 대화하며
괴테의 말을 인용하거나 그들의 인용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 출처가 단박에 떠오르는 때는 기껏해야 두 번에 한 번 정도였다.
온갖 학문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한탄하며 말합니다.
아아, 나는 지금까지 철학이며 / 법학 그리고 의학 / 심지어 쓸모없는 신학까지
열과 성을 다해 배우고 익혀왔건만 / 이처럼 아무것도 바뀐 게 없이
초라하고 멍청한 예전 그대로다.(354-358)
이 책에는 괴테가 남긴 두 가지 경구가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 세계는 죽이나 잼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딱딱한 음식을 씹어야 한다. (-격언풍으로)
- 세계는 말하자면 안초비 샐러드다.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어 먹어야 한다. (-비유적 및 경구풍으로)
도이치는 이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을 각각 '잼적 세계', '샐러드적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잼적 세계 :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든 상태.
샐러드적 세계 : 사무링 개별적 구체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상태
성서 이전에 문명이 존재했는가.
예수보다 먼저 태어났거나 예수에 대해 알 길이 없었던
선량한 사람들은 어떻게 구원을 할 수 있는가.
"세상은 언제나 똑같군. 여러 가지 상태가 항상 반복되지.
어느 민족이건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살고, 사랑하고, 느끼고 있어.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고,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다른 형식이나 표현으로 되풀이할 뿐이야."
어쩌면 말도 전부 조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실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온갖 소설과 논문도 그저 잉크 자국일 뿐이다.
실제로 눈앞의 컴퓨터 화면에 나열된 정보들은 글자가 깨진 기호 같았다.
언어학자 신무라 이즈루는
"괴테의 격언에도 나와 있듯이 실수는 인간의 일, 용서는 신의 일"이라고 <고지엔>에 썼지만
이건 사실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한 말이래. 무의식적인 위작형이려나?
과연 '실수는 인간의 일'인 모양이지. 그렇다면 그걸 모두 용서해야만 하는 괴테는
이미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웃음)
<색채론>은 괴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책인데,
거기서 그는 뉴턴의 <광학>을 마구 비판해. 뉴턴이 모든 색을 다 섞으면 흰색이 된다고 한 말에
'그럴 리 없다, 회색이 된다' 하고 반박하는 식이야. 괴테의 말에 따르면 그건 이 세계에 언제나
안개가 끼어 있기 때문이래. 즉 세계는 완전한 빛과 어둠의 중간에 있다는 거지.
빛과 어둠의 대립이 색을 이루는 거야.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건 '진짜'인가? 사랑은 모든 것을 각각의 모습 그대로 이을 수 있나?
"사람은 자신의 사상 전체가 아니라 파편으로 이해되지.
실언 하나로 커리어가 박살 나는 정치가나 연예인들은 그 나쁜 예지만,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어.
예컨대 괴테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속 한 마디 만으로 이 철학자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결국 작가나 사상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 장으로
자신의 숲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잖아.
"모든 것은 이미 생각되었고, 말해졌다.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다른 형식이나 표현으로 반복할 수 있을 뿐이다."
-괴테
거짓말도 자주 하면 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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