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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iary

음식을 포장한 검은 비닐봉지

2e2e 2022. 8. 23. 21:07

순진무구를 표방한 얼굴로

제 한 번 살아보겠다고

검은 비닐봉지를 싸매고 온다.

생명의 창자를 뒤적거리는 소리는

언제나 고통의 비명으로 들린다.

주변을 일시 마비 시킬정도로

악을 쓰고 버티지만,

송장이나 다름 없는 나무 젓가락과 함께 찢겨

아가리를 벌린다.

추악한 군침 뚝뚝 흘리며

먹어치우는 우리 인간의 모습은

우아하고도 역겹다.

 

이름 모를 무고한 영혼을 자르고

닦고, 볶고, 찔러 알록달록한 접시에 담는다.

그윽한 조명,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잠깐!"

범죄 기록을 남겨야 한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재미로 죽이는 것이나,

인간이 못 먹어치워 그냥 버려지는 생명들이나

뭐 크게 다를 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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