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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도시 (유현준-헤럴드디자인포럼-2018)

2e2e 2021. 5. 6. 01:39

서울은 단위 면적당 

커피숍 숫자가 제일 많은 도시입니다.

그 이유는 사실 우리가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커피숍은 커피를 파는 비즈니스라기보다는

돈 받고 장소를 빌려주는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피숍뿐만 아니라 뒤에 ‘방’자 들어간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 장소를 빌려주는 거죠.

공간이 항상 부족한 거예요 우리는.

 

 

 

우리가 차를 사면 선탠을 먼저 합니다.

우리 방의 프라이빗을 높이기 위해서요.

 

 

 

힙합가수들이 후드티를 많이 써요.

보통 슬럼 쪽에서 많이 살기 때문에

자기 방이 없어요. 좁고.

그래서 자기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후드 모자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거죠.

 

 

 

서울 사람들은 복잡한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자기만의 프라이빗 한 공간을 가지기 위해서

보통 이어폰을 이용합니다.

시각적인 것들을 차단하고 선글라스를 끼던지

점차적으로 외부 세계와 자기를

격리시키려는 노력을 합니다.

 

 

 

80년대 최고의 핫플레이스는

코엑스몰이었어요

에어컨 제일 잘 나왔고, 화장실에 휴지 걸려있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를 물어보면

가로수길, 골목길, 삼청동길, 경리단길.

다 거리로 바뀌었어요.

과거는 실내 쇼핑몰이 인기였다가

지금은 거리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봤을 때는 주거 환경이 바뀌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당이 있고 대문만 나가면 골목길을 내 집처럼

쓰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다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요.

아파트에서는 실내에서만 주로 생활을 합니다.

아주 편리하죠,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지냅니다.

대신 문제는 뭐냐 하면 자연과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쉴 때 만이라도

야외를 볼 수 있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이런 골목길과 마당으로 찾아가는 거죠.

 

 

 

마당이라는 공간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공간이에요.

계절도 바뀌고, 날씨도 바뀌고, 아침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계속해서 바뀝니다.

1년 12달 365일 다 달라요.

거실은 변화가 없습니다. 벽지가 똑같고

형광등 불빛이 똑같아요. 그러니까 유일하게

변화가 있는데가 TV 속 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집에 가면 일단

TV부터 키고 보는거죠.

 

 

 

우리는 10만년 넘는 수렵 채집과

만 년 가까운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계속 바깥 생활을 해왔는데,

몇십 년 전부터는 실내에서만 생활해요.

우리 유전적인 특징과 현실이 너무 괴리감이 있는 거죠.

그 변화를 미디어에 대체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한 마디로 말해서

변화하는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변화하는 미디어가 대체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건축의 중요한 원리인

감시를 받는 공간은 안전해진다.

 

 

 

온통 아파트 담장 밖에 없어요.

유일하게 입구 하나 있는게 지하주차장 입구이고

나머지는 다 담장입니다.

그러다보니까 길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돌아다녀요.

그러면 다 어딜 가느냐, 코너에 있는 상가에 가있죠.

더 큰 문제는 뭐냐면

옆에 도시, 동네하고 소통이 끊어진다는 거예요.

아파트 주민들끼리만 모이기 때문에

소통이 끊어져서 지역간의 갈등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보여집니다.

 

 

 

우리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공간밖에 없어요.

인도를 걷거나 차도를 걷거나.

어디 앉으려면 카페를 들어가야 되죠.

카페에 들어가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누구는 6,000원짜리 스타벅스를 가고

누구는 2,000원짜리 빽다방을 가야 돼요.

다른 경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일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죠.

 

 

 

저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게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와 조금만 생각이 다르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해요.

말의 표현도 보면 다르다라는 말과 틀리다라는 말을

혼돈해서 써요.

 

 

 

학교 건축이

대한민국을 전체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학교가

근대화를 만든 시스템이에요.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는 지난 100년간

다 바뀌었습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학교 건축은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아버지와 저와 아들이 다니는 학교가 거의 똑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게임 중독이 많을 수 밖에 없어요.

걔네들이 거하는 거의 모든 공간들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변화를 찾을 수가 없어서

자꾸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뇌는 움직이는 애들만 필요하다는 거예요.

식물들은 뇌가 없어요.

그래서 어떤 동물을 조사해봤더니

얘가 유충의 상태에서 바다를 떠 다닐 때는 뇌가 있는데,

바위에 내려앉아 정착을 하게 되면 뇌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뇌를 갖고 있다는 얘기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하는 공간이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한테는 사실 너무 힘든거죠.

너무 실내에서만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학교를 보면

일반적으로 운동장 하나 겨우 남겨 놓고요,

기역자 모양으로 학교 건물이 들어와있어요.

놀라운 사실은 학교와 교도소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하는 거예요 건축적으로.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요

담장에 둘러 싸인 시설이 대표적인 게 두 개예요.

교도소하고 학교. 둘 다 담장 넘으면 큰일 납니다.

그래서 저는 고3 애들 졸업할 때

꽃다발 대신에 두부를 줘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해요.

 

 

 

1학년 1반 들어가서

졸업할 때까지 똑같은 교실 사용하죠.

중학교 가도 똑같고, 고등학교 가도 똑같고,

옆에 도시로 전학 가도 똑같아요.

이런데서 공부하고 있는 애들을 보고 있으면

양계장의 닭이에요.

닭장에 갇혀서 매일 모이랑 먹는 것과 똑같아요.

이런데서 자라난 아이들 보고 졸업한 다음에

너만의 길을 가라.

청년이 도전의식을 갖고 큰 꿈을 갖고

이딴 소리 하는 거는

12년 닭장 속에서 자라난 닭을 갑자기 꺼내서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책으로는 좋은 걸 가르치는 진 모르겠는데

건축 공간으로 애들을 다 망가뜨리고 있다.

이렇게 보셔야 돼요.

 

 

 

사태가 더 심각해져서

똑같은 옷에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배급 받아서 먹고 있어요.

똑같은 옷에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음식을

배급 받아 먹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교도소와 학교밖에 없어요.

점점 더 비슷해져간다고 볼 수 있는거죠.

 

 

 

이런데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다양성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와 조금만 생각이 다른 애가 있으면

왕따를 시키는 거예요.

 

 

 

저는 우리나라 중학생 애들이

얼마나 전체주의자인지 언제 뼈저리게 느꼈냐면

제가 집에 있는 빨간바지를 입고 오랜만에 외출을

하려고 했더니 중학생 아들이 저보고

‘관종’이라고 놀리더라고요.

관종은 관심종자의 준말이에요.

그러니까 조금 개성있게 행동하고

튀게 행동하면 저 녀석 이목 끌고 싶어서 저런다고

놀리는 말이잖아요.

그 사회는 조금만 개성있게 행동하면

다 가지치기를 하는 거예요.

다 비슷한 아이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거죠.

 

 

 

제가 볼 때,

30년 전에 최고로 인권이 유린되었던 사람이

구로공단의 노동자였다면

이 시대에는 중, 고등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이 단조로우면

권력에 위계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워라.

 

 

 

루이스 칸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학교를 설계했어요.

바깥에 창문을 크게 만들어서 숲을 볼 수 있게 해준 거예요.

그랬더니 교장선생님이 오면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애들이 숲을 쳐다보느라고

선생님한테 집중을 못해 수업이 안 된다.

창문을 없애달라. 이렇게 요청을 했어요.

그때 그 건축가가 뭐라 그랬냐면

세상에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스승 있으면 한 번 데리고 와봐라.

그런 얘기를 한 거예요. 이 두 사람의 대화가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국립학교가 얼마나 문제냐면요

국립학교의 평당 공사비는 550만원입니다.

교도소는 평당 850만원에 지어지고 있어요.

시청 건물 750만원에 지어지고.

대한민국 공공기관 공사비를 보시면

맨 밑바닥이 초중교 학교예요.

제일 밑에 있어요. 저는 그런 학교에서 애들을 키워놓고서

어떻게 걔네들이 사회의 주역이고 미래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저는 초등학교 건물은

평당 한 1,500만원 정도 성북동 회장님집 수준으로

지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모든 국민들의 집을 좋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공립학교를 좋게 만들면 모든 학생들이

12년동안은 좋은 집에서, 인격 형성기에 그걸 누리면서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그게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세금을 쓰는 우선 순위를

거기다 둬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

 

 

 

우리가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이 사람을 보이지 않게 조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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