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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해석 (2020) 본문
대게 성인이 되면 사회적 언어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 말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사포질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 밖에 꺼내 보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그 암묵적인 관례를 알기에,
또 함께 닦아 내오고 있기에
깎여나간 부스러기를 붙여, 본래 있던 날카로운 모서리를 찾아내곤 한다.
예컨대
"아, 이것보다는 저게 괜찮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아 이건 너무 촌스럽고 진부해요."라는 식으로
필터된 말을 다시 역필터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워드는 점점 무색해진다.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톤이었는지,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은 몇 초 정도 되었는지.
0이라는 대답을 두고 +, -오차 범위에 대한
추리로 가득한 세상.
착각은 자유, 오해는 금물.
때론 이처럼 확신으로부터의 격리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유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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