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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2011)

2e2e 2021. 8. 31. 23:17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이철수 - 가을사과>

저는 이런 통찰력이 창의력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이 사람의 힘인 것이죠.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
<이철수 - '개소리' 전문>



보고 만질 수 없는<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최인훈>



새로운 생각들이 중요한데 우리는 기술만 가르치고 있으니까
요즘 교육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이 난 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이철수 '길에서' 전문>



꽃잎 쏟아지는 벚나무 아래서 문명사는
엄숙할 리 없었다.
<김훈>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고은>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하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작자미상 : 중국시>



어떻게 하면 흘려보지 않고
제대로 볼 수 있는가가
저에게는 풍요로운 삶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내가 대학교 총장이라면 '눈 사용법'이라는
필수과목을 만들겠다." <헬렌 켈러>
보지 못하는 자신보다
볼 수 있는 우리들이 더 못 본다는 것이죠.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인 겁니다.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그런 친구들은 나뭇잎 하나에도 감탄하고
음악 하나 들으면서 정말 좋다는 걸 알아요.
그런 친구들이 일도 잘하고 인생이 풍요롭죠.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조르바를 통해 "그에게 두려웠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
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있고,
끊임 없이 말을 거는데 듣지 못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메마른 땅과 뜨거운 햇볕은
여름 과일들의 고난이 아니다.
어디로 피서를 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온 여름이 다 지나갔다.
축복은 저 숨막히는 무더위 속에 있었던 것임을
여름의 끝물에 한 입의 과일을 깨물면서
문득 알게 된다.
이 많은 과일들을 지상에 차려놓고
힘센 여름은 이제 물러가고 있다.
<김훈>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연륜이 생긴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알랭드 보통>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알랭드 보통>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사랑의 정의다.
<김훈>



하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완벽한 한 인간이 무너지는 거죠.
불행히도 상대에 대해 모르는 면들을
모조리 우리 마음대로 채웠으니까요.
그래서 헤어지는 겁니다.



상대의 짙은 눈빛이나
세련된 정신세계 때문이 아니라
저녁 내내 혼자 일기수첩이나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연애를 하려고 하는 것은
낭만적인 사랑 개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알랭드 보통>



예술이 생활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예술을 모방한다.
<오스카 와일드>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함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알랭드 보통은 바로 그것,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나면
덜 불안해진다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아우, 지겨워'라고 했는데
내가 내일 죽는다?
그럼 다 그리워지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카프카>



잠재적으로 모든 것이 예술의 풍부한 소재이다.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고은>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고은>



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고은>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고은>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꽃의 시절은 짧고, 잎의 계절은 길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지상의 양식 - 앙드레 지드>



기자가 "지금 당신한테 가장 중요한 일과
가장 중요한 사람을 얘기해주세요."라고
톨스토이에게 물었답니다. 그러자 답하길,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인터뷰다."라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발자국도
바다가 다녀가면 그만이다.
<자크 프레베르 - 고엽>

 

 

 

누구에게나 있는 바람기 말입니다.
아주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누구나 있어요.

바람기는 다른 말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 다른 즐거움, 다른 쾌락에 대한
문을 닫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잖아요.



그녀를 찾아내는 것이
쐐기풀 속에서 장미를 찾아내는 것처럼
손쉬웠다.



그 무렵에는 그렇게도 아름답고
다가갈 수도 없을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고,
반대로 그 무렵에 가졌던 것이
지금은 영영 이룰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뼈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손철주>



그러고 보니까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습니다.



침묵의 위대함은 앞뒤의 음향이 만든다.
그림 속 여백의 의미심장함은
주위의 형상이 조성한다.



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는 단순해진다.
그리고 분명해진다.



단순하다는것은, 특히 그림이 단순하다는 것은
핵심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종종 노년에 다다라서야 얻어지곤한다.

예술의 격조란 정확히 감상자의 수준과 자세만큼 올라간다.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행복은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작은 데서 찾아온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늘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지만
압축하면 마음 하나로 귀착한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



다시 카프카로 돌아가면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